[기자의 눈] 마음 놓고 출근할 수 있는 사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1.30 14:20

여헌우 산업부 기자

2022110301000148200005301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조합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도 파업을 시작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역시 동참한다. 전국장애인차별연대(전장연)는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선량한 시민이나 기업을 볼모로 잡았다는 게 공통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출근길에 고통을 겪고 있다. 매일 아침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에 몸을 구겨 넣어야 하는 게 직장인의 삶이다. 이동의 자유를 보장받지 못하면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물류가 마비되며 산업 현장도 셧다운 위기에 놓였다. ‘복합 위기’ 시기 우리나라 수출 경쟁력도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에 직면한 이들도 상당수다.

노조와 장애인 단체의 주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들이 쟁의 행위를 ‘왜’ 하는지에 대한 논점이 이미 흐려졌다는 점이다. 강자와 협상하기 위해 다른 약자를 억압하며 이용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이끌어 내는지도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합리적인 주장도 이런 식으로 하면 정당화될 수 없다. 내 물건을 잃어버렸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돈을 훔치면 안 되는 것과 같은 논리다.

그들은 반문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묻고 싶다. 내가 힘들면 다른 사람도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이동수단이 볼모로 잡혀 누군가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이나 면접에 늦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의 탄생이나 임종을 함께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정치권의 공감 능력도 부족하다. 사회적 파장이 큰 부분은 민생 관점에서 면밀히 살펴야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무조건 ‘법과 원칙’만 운운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사회 구조가 바뀌면서 다양한 집단에서 여러 의견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상황에 맞게 원칙을 재정의 해줘야 한다. 그러라고 국회에 입법권도 줬다.

초겨울 불어오는 바람이 올해는 유난히 더 차갑다. 출근이라도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길 간절히 바란다.




yes@ekn.kr

여헌우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