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이웃들의 호소 "주택가 무분별한 시위 멈춰 달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2.04 10:46

집 앞 시위 늘며 인근 거주 시민들 피해 심각



고성·비난 및 선정적 현수막 등 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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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은마아파트 전경. 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기업인의 집 앞이라는 이유로 주택가에서 벌어지는 집회가 늘어나면서 이웃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울려 퍼지는 고성과 비난, 선정적인 현수막 문구 등으로 죄 없는 시민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심각한 상태다.

4일 재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서울 한남동 주택가에서는 지난달 12일부터 2주 넘게 지속된 수백명의 구호 소리와 함성으로 거주하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대형버스에서 내린 수백명의 사람들이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라는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도로에서 행진하며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한 것이다.

이들은 곳곳에서 멈춰 마이크를 든 사람의 구령에 따라 "은마 관통 결사 반대"를 큰 소리로 외쳤다. ‘함성’이라는 구호에는 다 같이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일부 구간은 시위대로 가득 차 차량 통행이 불가능한 상황이 유발됐다. 큰 도로에서도 이들 때문에 차량이 조심스럽게 서행해야 했다.

이들은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모집한 시위대다. 매일 관광버스를 타고 와 한남동 주택가에서 시위를 벌였다. GTX-C 노선의 은마아파트 하부 통과를 반대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국토부의 공식 견해와 건설 전문가들 및 시공사의 설명도 무시한 채 막무가내로 수정안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주무부처인 국토부와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이 아니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자택 일대에서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시위대는 정 회장에게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시위 시간대는 이미 직장인들이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시간대로, 억지 논리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GTX와는 전혀 관련 없는 한남동 시민들만 피해를 받고 있는 셈이다.

시민들은 매일 접하는 거친 비방글과 시위 소리로 스트레스가 극심하고 자녀 교육에도 악영향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이 지역 빌라 관리사무소 한 직원은 "이들이 동네 주민들의 생활을 방해하면서 주민들의 민원이 수십건씩 들어온다"고 전했다.

일반 시민을 볼모로 주택가 기업인의 집 앞에서 벌어진 ‘민폐’ 시위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20년 적폐청산국민운동이라는 시민단체가 배드민턴장을 무상으로 지어달라며 서울 한남동 이명희 신세계 회장 자택 앞에서 수차례 집회를 벌였다. 이마트가 매입한 부지에 과거 배드민턴장이 있었으니 이마트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청에서 행정 허가도 나오지 않아 기업이 해주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요구를 들고 기업 회장 집 앞에서 막무가내 시위를 했다는 분석이다.

2020년 5월에는 한 시민단체가 서울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의 자택 앞에서 술을 마시며 삼겹살을 구워 먹는 소위 ‘삼겹살 폭식 투쟁’을 벌였다. 심지어 기타를 치고 노래도 불렀다. 이웃 주민의 민원으로 공무원이 출동했지만 이들은 개의치 않아 했다고 알려졌다.

지난 2019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집 앞에서 벌어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금속노조 시위, 2018년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자택 앞에서 열린 전국금속노동조합원 시위 등도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던 사례로 거론된다.

올해 초에도 민주노총 택배노조 150여명이 산하 CJ대한통운 노조의 파업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서울 중구 장충동 이재현 CJ 회장 자택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중심으로 소액주주들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이준호 NHN 회장 자택 앞에서 주가 하락에 항의하며 "주주에게 사죄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등 이웃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있는 김승연 한화 회장 자택 앞에서도 주가 하락을 항의하는 비슷한 시위가 수차례 열렸다.

한남동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기업인의 이웃에 살고 있다는 것이 죄인가? 자신들의 권리가 소중하다면 집에서 평소대로 일상 생활을 영위하고 싶은 이곳 주민의 권리도 소중하다는 점을 시위대가 반드시 알아야 한다"며 "누구도 타인의 사생활 평온을 방해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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