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노동력 부족으로 허우적…산업 3분의 1이 인력 부족 겪을 수도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한 기차역에서 동원령으로 우크라이나 전쟁터에 끌려가는 가장이 가족과 이별하고 있다. 러시아 기업 5분의 1은 동원령으로 빈 인력을 보충할 길이 없다며 하소연하고 있다(사진=타스/연합뉴스). |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에서 노동력 고갈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모스크바 소재 가이다르연구소가 지난달 공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러시아 산업 가운데 최대 3분의 1이 징집으로 인력 부족을 겪을 수 있다.
러시아에서 내로라하는 농업회사 아그로콤플렉스는 농업경제 전문가 말고도 트랙터 운전기사와 다른 노동자들의 빈 자리까지 채우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러시아인들의 해외 탈출 물결까지 일면서 러시아의 남성 노동력은 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 산하 경제연구소인 블룸버그이코노믹스가 러시아의 잠재적 경제성장률을 전쟁 이전 수준의 절반인 0.5%로 내다보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이것이다. 노동력 부족이 결국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두려움에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미 금리인하를 보류했다.
징집과 징집 회피용 해외 도피는 러시아 사회 전역을 흔들어놓았다. 시베리아 제1도시 노보시비르스크 당국은 거리에서 눈 치우는 데 필요한 인력의 절반도 겨우 채울 정도다. 군수산업체 우랄바곤자보드는 인력 부족에 시달리다 못해 기결수 200명 이상을 고용할 예정이다.
러시아 기업 가운데 5분의 1은 인력을 보충할 길이 없다며 하소연한다. 인프라 건설업체 대다수는 숙련 노동력 부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아우성이다.
러시아의 온라인 취업주선업체 슈퍼잡에 따르면 지난 10월 정보통신(IT) 분야의 빈 자리가 전월 대비 15% 늘었다. 러시아 최대 온라인 구직 플랫폼 헤드헌터그룹에 따르면 징집 여파로 러시아인의 이력서가 옛 소련 지역과 튀르키예(옛 터키) 등지에서 넘쳐나고 있다. 이력서 가운데 5분의 1이 IT 전문가들의 것이다.
헤드헌터의 나탈리아 다니나 분석실장은 "블루칼라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20~24세 연령대가 현재 700만명 이하로 10년 전의 1200만명에서 급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게다가 너무 많은 사람이 스트레스로 건강에 문제를 안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청소년과 함께 노인까지 노동력의 주요 원천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방 노동시장의 최대 10%는 러시아로 유입된 이주민이 차지한다. 러시아는 저숙련 노동력을 이들에게 점차 의존하는 실정이다.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러시아를 떠난 이들이 배 이상 증가한 32만3000여명에 달했다. 반면 올해 초부터 러시아로 유입되는 이민자는 계속 늘고 있다.
노동력 부족은 엄청난 취약점이 될 수 있다. 러시아 경제가 미국과 동맹국들의 제재 아래 압박받으면서 농후한 경기침체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스크바 소재 고등경제대학(HSE)의 예브게니 코간 교수(경제학)는 "두려움과 불확실성이 심각한 두뇌·자본 유출을 야기했다"며 "이는 경제 쇠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