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속 저하로 유럽의 전력 가격 상승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2.06 10:19

추운 날씨에 풍력 발전량 떨어져 가스 수요 증가…풍력·태양열 에너지 저장시설도 많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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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뤼겐섬 북동쪽 발트해에 자리잡은 풍력발전 단지. 요즘 유럽에서 풍속이 떨어짐과 동시에 풍력발전소의 발전 능력도 떨어져 가스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수 기자]유럽에서 바람부는 속도가 떨어지면서 전력·가스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유럽은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에서 급히 벗어나기 위해 가스 비축량을 대폭 늘렸다. 이는 전력·가스 가격을 떨어뜨리는 데 한몫했다. 게다가 유럽에서 온화한 날씨가 이어져 가스 사용량이 줄고 비축량에 변화는 없었다.

그러나 요즘 유럽에서 풍속이 떨어짐과 동시에 많은 지역은 추운 날씨를 맞닥뜨리기 시작했다. 이는 풍력발전소의 발전 능력을 떨어뜨려 가스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기상예보 사이트 윈디닷컴에 따르면 지난주 독일 함부르크의 풍속이 초속 5m로 떨어졌다. 초속 5m라면 풍력발전에 필요한 최저 속도다. 풍속이 초속 15m는 돼야 발전량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

글로벌 금융 서비스 플랫폼 마렉스스펙트런의 이밴절린 쿡슨 애널리스트는 "현재 고기압이 유럽을 지배하고 있어 풍속은 떨어졌다"고 말했다. 풍속의 이상 현상은 그렇게 드문 일도 아니다. 하지만 러시아산 가스 없이 첫 겨울을 나려 애쓰는 유럽에서 지금 이런 현상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지금은 유럽의 소비자·기업들이 치솟는 에너지 요금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기다.

수력발전도 원활하지 못한 상태다. 유럽이 타는 듯한 여름을 겪은 이후 강 수위는 수년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유럽에너지거래소(EEX)에 따르면 지난 2일(현지시간) 독일의 전력 가격이 메가와트시(㎿h)당 361유로(약 49만5000원)를 기록했다. 지난달 중순의 경우 108유로였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 지표인 네덜란드 TTF 가격은 지난주 초 ㎿h당 123유로에서 지난 1일 158유로를 웃돌았다. 이런 상황에서 천연가스 가격도 급등했다.

쿡슨 애널리스트는 독일 북부와 프랑스 상공에 서풍이 불어야 이상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지역은 풍력터빈이 유럽에서 가장 빼곡히 들어선 곳으로 풍력발전에 가장 유리한 곳이다. 하지만 요즘은 약한 북동풍을 불러들이는 고기압이 나타나고 있다.

쿡슨 애널리스트는 "북동풍으로 풍속이 떨어진데다 날씨는 추워져 난방 수요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은 풍력과 태양열 발전에 엄청나게 투자해왔다. 하지만 생산된 풍력·태양열 에너지를 저장할 역량이 아직 많지 않다. 재생에너지 발전을 위한 배터리 저장 기술은 지금도 개발 중이다.

에너지 연구·컨설팅 업체 우드매켄지의 안나 다르마니 수석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이전까지만 해도 유럽이 에너지 저장시설을 개선해야 할 동기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가격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저장시설에 관한 한 유럽이 중국과 미국보다 뒤져 있다"며 "앞으로 수급 균형을 맞추려면 더 많은 저장용량이 필요하지만 그러기까지 3~4년이나 걸리는데다 에너지 가격이 높게 유지되리라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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