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전력수급계획 개편, 전력시장과 연계성 높여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2.13 10:09

이창호 가천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과 교수

2022121301000623300026751

▲이창호 가천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과 교수


조만간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확정될 예정이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수급계획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수급계획의 역할과 기능전환에 대한 검토는 이미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과 더불어 시작되었다. 구조개편 이후 발전진입이 허용되고 시장이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거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

전원을 개발하여 산업에 필요한 동력을 제공하던 국가주도 전원개발계획은 이미 역할을 다 한지 오래다. 지금은 재원조달의 어려움도, 기술적 제약도, 비용최소화라는 전원선택 기준도 유효하지 않다. 10여년 전부터는 에너지계획이라는 또다른 국가계획이 만들어지면서 계획간의 중복성, 정합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수급계획의 순기능보다는 오히려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수급계획은 공급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계획이다. 가장 핵심적인 역할은 계획기간 중 최대수요를 만족할 수 있도록 충분한 발전설비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설비확보의 충족이 에너지믹스의 적정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정책과 시장간에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과거의 계획을 보면 피크설비인 가스발전의 이용율이 턱없이 낮은 경우가 많았다. 설비와 에너지가 제각기 따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용율이 낮은 설비는 결국 수익성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적자 발생시 수급계획이라는 규제를 빌미로 정부 책임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수급계획은 최근들어 에너지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계획이라고 해봐야 수요증가 둔화로 10년 이후에나 예정된 원전 등 소수의 설비가 전부다. 이 또한 2년후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바뀔수 있다. 그럼에도 수급계획이 만들어질 때마다 적지 않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한다. 수요전망 수준과 전원믹스의 문제로 정치적 공방과 논란도 그치지 않고 있다.

이제 과거의 시각에서 벋어나 근본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할 때다. 우선, 수급계획이라는 틀을 탈피하여 국가 에너지정책으로 변모하여야 한다. 공급력 확보문제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계통운영자의 몫으로 간주한다. 우리도 수급계획의 일부를 계통운영자에게 이전하여야 한다. 공급력 확보는 적정용량(adequacy) 개념으로 용량시장을 통해 조달하면 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통합에너지정책(Integrated Energy Policy Report)을 2년마다 수립한다. 여기에는 전력자원계획, 전력가스예측, 에너지효율향상, 신재생에너지, 송전망계획, 기후변화, 원자력 등 다양한 자원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우리의 에너지정책도 에너지원별로 나누어 접근하기 보다는 통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둘째 에너지 전망의 전환이 필요하다. 국가에너지 관점에서 보면 사실 에너지수급이 공급력 확보보다 중요하다. 경제여건이나 에너지가격 변동 그리고 재생에너지, 수소에너지, 전기차. ESS(에너지저장시스템) 등 에너지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미래 에너지 수요와 공급변동을 예측하여 정책수단을 대비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변동요인을 고려할 수 있는 시나리오접근이 필요하다. 즉, 변동요인에 따른 에너지전망(outlook)을 토대로 에너지 절감, 온실가스 감축, 신에너지자원을 등 다양한 대응수단을 강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에너지원별 전망과 연계된 일관성 있는 국가에너지정책의 수립이 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력시장과의 연계가 필요하다. 수급계획은 기본적으로 전원선택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실제 시장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반영하기 어렵다. 수급계획이 시장과 따로 움직인다면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 본들 현실과는 동떨어진 얘기일 뿐이다.

시장이란 본래 상대방의 행태나 전략, 그리고 투자리스크를 안고 갈 수밖에 없다. 이것은 정부가 무한책임을 질 수 없는 투자자의 몫이다. 전력시장에서 가격입찰이 가능하다면 시장신호에 따른 투자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수급계획이 어떤 설비를 누가 언제 어디에다 지을 것인가를 정해주던 과거와는 다른 환경이다.

이제 수급계획을 전력회사, 사업자 등 다양한 시장참여자에게 신뢰성 있는 정책방향과 정보를 제공하는 새로운 기능으로 재편할 때다.
성철환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