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공태양 에너지 ‘핵융합’ 점화 첫 성공…"상업화까진 더 연구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2.14 15:06
USA-NUCLEARPOWER/FUSION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국립점화시설’(NIF)의 관성 가둠 핵융합 실험장비(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미국 정부가 핵융합 발전을 실현하기 위한 첫 이정표에 도달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에 있는 핵융합 연구 시설 ‘국립점화시설’(NIF)의 연구팀이 지난 5일 핵융합 ‘점화’(ignition)를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핵융합발전은 태양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방식과 같아 ‘인공태양’으로도 불린다. 상용화될 경우 온실가스나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고 전력을 사실상 무제한으로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목표를 위해 1950년대부터 수십년에 걸쳐 미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천문학적 연구비가 투입되고 있다.

NIF 연구팀이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발표한 행융합 점화는 핵융합을 일으키기 위해 투입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핵융합 반응으로 생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추가 에너지 없이 핵융합 반응이 지속해서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 핵융합 연구에 중대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핵융합이 일어나려면 수소의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상태인 플라스마를 만들고 이를 초고압 초고온으로 가열해 원자핵끼리 융합하도록 해야 한다.

NIF에서는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들어 있는 BB탄 크기의 금속 캡슐에 강력한 레이저를 쏴 내부를 초고압 초고온 상태로 만들어 핵융합을 일으키는 ‘관성 가둠 핵융합’(Inertia Confinement Fusion) 방식을 연구해왔다.

NIF 연구팀은 지난 5일 실험에서 2.05메가줄(MJ)의 에너지를 투입해 3.15MJ의 핵융합 에너지를 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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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국립점화시설’(NIF)의 관성 가둠 핵융합 실험장비(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부는 이 실험으로 관성 가둠 핵융합의 가장 근본적인 과학적 근거를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킴벌리 부딜 LLNL 연구소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실험실 환경에서조차 캡슐을 점화하지 못하면 관성 가둠 방식을 활용한 핵융합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며 "우리는 매우 오랫동안 이 근본적인 첫 발걸음을 내딛지 못해서 핵융합 연구에 진전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랜홈 장관은 "핵융합 점화를 실현하는 데 경력을 바친 NIF 연구자와 직원들이 이룬 획기적인 성과이며 이 이정표가 더 많은 발견으로 이어질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성과가 안정적인 핵융합 발전으로 이어지기에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다.

NIF가 핵융합을 일으키는 데 사용한 레이저 장비는 레이저를 만드는 데 사용한 에너지의 극히 일부만 실제 레이저로 전환하는 등 상업용 발전소에서 이용하기에는 너무 크고 비싸고 비효율적이다.

또 핵융합 발전을 하려면 처음에 에너지를 공급한 뒤로는 자체적으로 핵융합 반응이 연쇄적으로 일어나야 하는데 현재 NIF 시설은 한 번에 한 건의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것만 가능하다.

부딜 연구소장은 상업적 핵융합 발전이 언제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과학뿐 아니라 기술적으로 넘어야 할 매우 큰 장애물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는 한 번에 하나의 캡슐을 점화했지만, 상업적으로 핵융합 에너지를 생산하려면 1분 이내에 더 많은 점화가 일어나야 한다"며 "기반 기술 연구에 노력과 투자를 집중하면 몇십 년 내에 발전소를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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