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EU 탄소국경세 대응하려면 숨은 탄소비용 찾아 기업부담 줄여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2.15 15:21
clip20221215144417

▲한국거래소 직원이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현황을 지켜보고 있다. 한국거래소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유럽연합(EU)에서 합의한 탄소국경조정제(CBAM) 도입에 대응하려면 국내 배출권거래제 이외에도 다양한 탄소 가격 시스템이 마련돼야 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나왔다.

CBAM 도입에 따라 EU에 수출하는 업체는 생산 공정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탄소배출량 등 탄소배출 의무사항에 대해 신고해야 한다. 만일 이 배출량이 유럽 표준을 초과하는 경우 EU에서 요구하는 배출인증서를 구매해야 하는데 이는 EU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ETS)에서 결정된 탄소 가격에 연동된다.

즉 EU에 수출하는 제품이 탄소국경세 기준을 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면서 생산됐을 경우 국내 기업은 기준에 초과되는 탄소량만큼 EU 배출권을 구매하는 데 비용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15일 전문가들은 숨어있는 탄소 비용들을 찾아내 이를 가격으로 환산하는 제도를 구비하는 등으로 CBAM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 탄소에 가격을 매기는 기준은 배출권 뿐"이라며 "다른 숨어있는 탄소 비용들을 찾아내 이를 공식화하고 가격을 매겨야 한다. 그래야 EU에 수출하는 제품에 적정한 탄소 가격을 이미 부여했다고 소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국내 철강 제품이 EU의 제품보다 탄소를 1t 더 배출하면서 만들어졌고, 배출권 가격이 1t당 국내 3만원이고 EU가 8만원이라고 치면 1t 차이에 5만원의 가격차가 발생한다.

박 교수는 "EU가 이 가격차를 CBAM인증 비용으로 부과하겠다는 것인데 우리가 국내에서 배출권 말고 다른 탄소 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면 표면적으로는 배출권끼리 가격차이가 5만원이 난다고 해도 실질적으로는 2만∼3만원 차이까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후환경비용이나 교통환경세 등 간접 배출에 내는 모든 탄소 비용을 체계적으로 엮어 정부와 기업이 구석구석 탄소 가격을 매기고 이를 EU 등 수출국에 소명해야 한다"며 "이런 숨은 탄소비용을 데이터하기 위한 제도 간소화나 표준화,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상할당 비중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상할당 기준을 정교하고 까다롭게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국내 배출권 가격이 수출국의 배출권 가격가 같다고 할지라도 만일 수출국의 유상할당비중이 50%인데 한국이 10%라면 그만큼 탄소부담이 없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상할당이 적더라도 까다롭고 정교하게 무상할당 기준을 설정해 필요한 만큼만 무상할당을 진행한다면 우리 정부와 국내 기업들이 EU 등 탄소국경세를 시행하는 국가에 제품을 수출할 때 배출량과 관련해 소명할 내용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국내 배출권 가격을 EU 가격 수준에 맞게 올려야 기업 부담이 덜하다는 분석에 대해서는 능사가 아니라는 설명도 잇따랐다.

박호정 교수는 "우선 EU 탄소국경세 대상 품목에 가장 많은 영향을 입는 건 철강 분야"라며 "철강업계에만 초점을 맞춰 국내 전체 배출권 가격을 올리면 산업계 전체가 타격을 받기 때문에 배출권 가격을 올리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종민 교수는 "어느 나라의 배출권을 구매하든지 수출 기업 입장에서 느끼는 부담감은 같다"며 "CBAM에 대처하기 위해 배출권 가격을 올린다는 건 옳지 않다. 오히려 내수 기업 입장에서는 구매해야 할 배출권 가격이 올라가면 엉뚱한 유탄을 맞는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EU는 지난 12일(현지시각) CBAM 도입에 합의했다. CBAM은 고탄소 수입품에 추가 관세 등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적극적으로 탄소배출 감소를 추진하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가 생산하는 제품에서 발생하는 가격경쟁력 등을 해소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적용되는 분야는 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기, 수소 등 6개 품목이다. EU는 내년 10월부터 시험 도입에 들어가고 3~4년 뒤인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전망이다.


claudia@ekn.kr

오세영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