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2023년, 정부·당국에 대한 체념과 기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2.21 15:05

성우창 금융증권부 기자

2022122101001053200045141

최근 제6회 금융투자협회장 후보 인터뷰 취재를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키워드는 ‘소통’이다. 금투협이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관인 만큼, ‘소통력’이란 금투협회장에게 요구되는 가장 당연한 덕목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최근 수년 짧은 기간 동안 시장의 급격한 흥망을 겪으며 현 업계의 구조적 문제점과 한계를 느꼈고, 그 결과 금투협의 강력한 발언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는 점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하지만 금투협회장이 바뀐다고 엄청난 ‘개혁’이 일어나길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는 점도 우리는 알고 있다. 업계에 당면한 여러 이슈의 심각성과 해결방안이 여러 차례 보고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칼자루를 쥔 정부와 금융당국이 이를 받아들여 개선하려는 태도는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귀를 닫은 채 오만과 무능만을 보이는 금융당국의 잘못일까. 혹은 ‘자본시장을 선진화하겠다.’ 장담한 새 정부의 호언장담을 지나치게 믿은 우리 탓일까.

작년 코스피 사상 최초로 ‘3000’이라는 숫자를 목격한 후 올해 힘없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새 정부가 장담한 ‘선진화’는 요원하기만 한 채 9개월여가 지나가 버렸다. 정부 출범 후 금융당국의 행보는 미래 업계 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사그라들게 만들고 있다.

‘제재’는 알아도 ‘상생’은 모르는 검사 출신 신임 금융감독원장의 부임과, 일단락된 라임·옵티머스 건을 굳이 들쑤시며 업계 분위기를 위축시킨 것은 현재 금감원이 가진 부정적인 인상을 더욱 확고하게 만든다. 라임·옵티머스에 이어 최근 독일 헤리티지 펀드에 대해서도 판매사에 대해 ‘전액 배상’을 권고한 것은, 금투업에 대한 구시대적 인식에 아무런 개선이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최근 대법원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 대해 징계 취소소송 승소 판결을 내리고,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연루된 증권사 CEO에 대해서도 무혐의 및 무죄판결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무능과 오만으로 점철된 당국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만 같다.

지금은 기술의 발전과 사회상의 급격한 변화로 금투업계에 있어 역사적 전환점을 맞은 시기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당국이 업계인들의 호소,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받아들여 신속한 규제 완화와 업계 친화적인 새로운 기준을 확립해 준다면, 미래에 금투업계에서만큼은 ‘역대급 정부’라는 평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금리 인상기를 뒤로 하고 ‘경기 둔화’라는 새로운 위기를 맞는 2023년,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금융당국의 태도에 전향적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는지.


suc@ekn.kr
성우창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