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울 1,2호기 등 원자력과 민간석탄발전소 본격 전력시장 진입
전력시장 당일 실시간 시장 추가…예비 전력도 시장 가치 생겨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로 다른 에너지원과 동등한 책임 및 권리 부여
▲강릉안인화력발전소. |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새해 전력시장의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2년차를 맞아 에너지정책과 전력시장 변화가 본격화하면서 관련 제도개편도 줄줄이 이어질 전망이다.
당장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시행 원년을 맞는다. 전기본은 향후 15년간의 전력 수급에 필요한 전력 설비 및 전원구성을 설계하는 장기 행정 계획으로 2년마다 수립토록 돼 있다. 지난해 말 수립한 10차 계획은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정책 기조를 담았다. 전임 문재인정부의 탈원전을 폐기하고 원전 비중을 높이되 재생에너지 보급은 확대 목표를 낮춰 속도조절키로 했다. 10차 계획은 곧바로 전력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2024년 조기 착공 예정인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등 장기 계획의 추진은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어렵겠지만 원전 비중을 높이기 위해 원전 가동률을 높이는 것은 당장이라도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12월 신규 원전 신한울 1호기의 상업운전에 돌입한데 이어 결함발생으로 5년간 멈춰 섰던 기존 원전 한빛4호기의 재가동에 나섰다. 1.4기가와트(GW)급과 1GW급 원전 총 2기가 전력시장에 본격 진입하는 셈이다.
지난해 준공된 강원 강릉안인 석탄화력발전소 등 1GW급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2기도 새해 본격적인 전력생산에 나선다.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저발전이 대거 추가된다는 의미다.
그 뿐이 아니다. 액화천연가스(LNG)와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상업운전도 예고됐다.
발전설비의 증가로 전력생산이 많아지면 전력수급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전력시장 운영에 대대적인 변화의 회오리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원별 전력 생산 경쟁이 가속화하고 이 과정에서 경쟁을 합리적으로 이끌 수 있는 시장의 룰 마련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국전력공사 자회사인 6대 발전공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발전 시장이 민간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의 가세로 일대 전환기를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전환 및 탄소중립 추진을 위한 글로벌 탈석탄 기류를 외면할 수 없는 없는 상황에서 민간 신규발전 통제가 이뤄질 경우 발전 통제의 기준 및 보상 마련도 전력시장 운영 제도 개편의 과제로 꼽힌다. 최근 들어 빈발하는 신재생에너지 출력 통제도 마찬가지지만 정부의 대응이나 전력시장 운영 측면에서 보면 중소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사업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정부가 지난해 말 우여곡절 끝에 도입한 전력가격 상한제도 전력시장의 민간 참가자들을 언제든 자극할 수 있는 중요 뇌관으로 거론된다.
정부는 전력생산의 탈탄소화를 위해 재생에너지로 에너지전환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와 달리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제각각이다. 전력생산량을 수요량에 딱 맞게 생산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에 전력당국은 화석연료 중심으로 마련된 지금의 전력시장 체계로는 재생에너지를 품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섬 제주도에서 먼저 전력시장을 시범 운영해본다. 제주도에서 시범사업을 해보고 육지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제주도는 이미 도내에서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필요한 재생에너지 발전량에 근접하게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제주도에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이같은 방향으로 육지에도 전력시장 개편을 할 수 있게 된다.
새해엔 수소발전을 위한 시장도 따로 마련된다.
그동안 수소발전 시장은 재생에너지와 함께 신재생에너지(신에너지+재생에너지) 시장으로 합쳐져 운영됐다. 재생에너지와 수소를 따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 신한울 1·2호기 등 원자력과 민간석탄발전소 본격 전력시장 진입
전력통계정보시스템의 주요 발전소 건설사업 추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한 신한울 원전 1호기와 강릉안인화력발전소 1호기와 함께 올해 총 5930메가와트(MW)의 원자력과 석탄발전소가 전력시장에 진입한다.
□ 올해 준공 예정인 주요 발전소 목록. (단위: MW)
구분 | 발전소명 | 설비용량(MW) | 준공일 혹은 예정일 |
원자력 | 신한울 원전 1호기 | 1400 | 22.11 |
신한울 원전 2호기 | 1400 | 23.09 | |
석탄 | 강릉안인화력 1호기 | 1040 | 22.10 |
강릉안인화력 2호기 | 1040 | 22.03 | |
삼척화력 1호기 | 1050 | 23.10 | |
LNG | 여주복합화력 1호기 | 1004 | 23.06 |
재생에너지 | 태안안면 태양광 | 306 | 23.06 |
해창만 수상태양광 | 98 | 23.04 | |
청송면봉산 풍력 | 79 | 23.06 |
현재 건설 중인 신한울 원전 2호기(1400MW)는 올해 9월, 강릉안인화력발전소 2호기(1040MW)는 올해 3월, 삼척화력발전소 1호기(1050MW)는 올해 10월에 준공될 예정이다.
지난 2013년에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동해안의 신규 민간석탄화력 발전소들이 10년 만에 전력시장에 본격 들어오기 시작한다.
여주복합화력발전소(1004MW)가 올해 6월 진입하고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들도 들어선다.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올해 총 1026MW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중 태안안면클린에너지 태양광 발전소(306MW)가 올해 6월 준공 예정이다. 준공되면 국내 태양광 발전소 중 가장 큰 규모다.
해창만 수상태양광 발전소(98MW)도 올해 4월 준공 예정이다. 수상태양광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풍력은 육상풍력인 청송면봉산 풍력 발전소(79MW)가 올해 4월 준공 예정이다. 아직 해상풍력은 올해 준공 예정인 발전소는 없다.
이들 신규 발전소는 지난해부터 12월부터 실시한 전력도매가격(계통한계가격·SMP) 상한제를 적용받게 된다. SMP 상한제로 발전 수익을 얼마나 걷을 수 있을지도 관심 대상이다.
원자력과 석탄발전소가 추가되고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들어오면서 전력시장의 변화도 예고됐다.
□ 제주도 전력시장 시범사업 도입 주요 일정.
기간 | 일정 내용 |
~23. 1.14 | 전력시장 제도 개선안 의견서 접수 |
23.1월말 | 설문조사 종합 및 의견 반영 |
23.3(예정) | 제주 전력시장 시범사업 규칙개정안 보고 |
23.6(예정) | 규칙 개정안 의결 |
23.10 | 제주 전력시장 시범사업 실시 |
전력거래소는 제주도에 전력시장 제도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지난달 14일 전력시장 제도개선 제주 시범사업 설명회를 열었다. 새해 14일까지 전력시장 제도 개편안에 대한 업계의 의견서를 접수한다. 오는 3월까지 업계 의견을 반영해 제주도 전력시장 개편 관련 규칙개정안을 마련하고 6월까지 의결할 예정이다.
◇ 전력시장 당일 실시간 시장 추가…예비 전력도 시장 가치 생겨
주요 전력시장 제도 개편 내용으로는 △실시간 시장 △예비력시장 △재생에너지 입찰제도가 있다.
□ 제주도 전력시장 제도 개편 주요 내용.
사업내용 | 주요 내용 |
실시간 시장 | 실시간 전력수급을 고려한 발전계획 수립 및 가격 결정 |
예비력 시장 |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을 위한 예비전력 가격 결정 |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 설비용량 1MW 초과 재생에너지 발전예측량 및 가격입찰 |
현재 전력시장은 실제 거래 하루 전에 한 시간 단위로 전력생산량을 입찰하는 시장이다. 전력거래소는 다음날 전력시장 운영을 위해 전력수요량을 거래 전날 예측한다. 발전사업자들은 거래 전날에 전력거래소에서 예측량한만큼 전력을 생산하겠다며 전력시장에서 입찰한다.
실시간 시장은 이 하루전 시장과 함께 당일에도 전력시장을 열어 실시간 입찰을 받겠다는 의미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날씨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당일 실제 전력 생산량이 전날에 예상한 발전량과 맞지 않을 수 있다. 실시간 시장을 열어 전력 생산량이 수요량보다 적으면 부족분을 채우겠다는 의미다.
실시간 시장은 당일 15분마다 열린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기상상황에 따라 생산한 전력량을 실시간으로 구매 혹은 판매한다. 만약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낙찰 물량보다 전력을 덜 생산했다면 전력을 다른 발전사업자로부터 구매해 전력거래소와의 계약을 이행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예비력 시장도 연다. 예비력 시장도 실시간 시장과 함께 15분 단위로 열린다.
비가와서 태양광 발전이 안 되거나 발전기가 고장 나는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줄어들면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저장했던 전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예비력 시장에서는 예비전력도 상품으로 인정받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실시간 시장과 예비력 시장 모두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주도는 올해 6월 기준으로 총 설비용량 2181메가와트(MW) 중 871MW는 재생에너지다.
지난해 기준으로 제주도 내 총 발전량의 18.1%는 재생에너지로 생산했다.
제주도에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특정 시간에 몰리는 일이 일어났다. 햇빛이 쨍쨍한 낮에 태양광 발전량이 많기 때문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4월 13일 16시 경에 전체 발전량의 62.3%가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됐다. 전체 발전량 기준으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18.1%지만 실시간 발전량 기준으로는 이보다 3배 넘는 62.3%로 뛰기도 하는 것이다.
◇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로 다른 에너지원과 동등한 책임 및 권리 부여
재생에너지 전력을 무조건 구매해주는 게 아니라 다른 에너지원처럼 입찰시장서 경쟁하도록 한다.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에는 설비용량이 1MW를 초과하며 발전량을 제어 가능한 경우 참여 가능하다.
입찰제도에 참여한 발전사업자는 발전량 예측량과 입찰가격을 제출해야 한다.
발전사업자는 입찰시장에서 다른 사업자와 가격경쟁을 펼치게 된다. 저렴하게 입찰한 발전사업자가 발전하고 비싸게 입찰한 사업자들은 가동중단(출력제어)을 받을 수 있다.
햇빛이 많이 들어오고 바람이 많이 불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지나치게 많으면 비싸게 입찰한 발전사업자부터 출력제어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대신 입찰제도에 참여하면 다른 에너지원 발전사업자처럼 부가정산금과 용량정산금을 받을 수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사업자들은 전력거래소의 급전지시 즉 요청한대로 전력을 생산하거나 생산하지 않는다. 만약 예상대로 전력을 생산하지 못하면 발전사업자들은 손해를 봐 이를 보상해주는 게 부가정산금과 용량정산금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도 입찰제도에 참여해 급전지시를 받아 전력을 생산하지 못하면 다른 일반 발전사업자들처럼 보상해주겠다는 의미다.
이에 전력거래소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거래를 중개해주는 에너지 IT 기업들에도 기회가 생길 것으로 전망됐다. 이들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예측해 비싼 가격에 전력을 판매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를 돕는 것이다. 만약 내일 날씨가 흐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줄 것을 알 수 있다면 다음 날 실시간 시장에서 비싼 가격에 전력을 팔 기회가 올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은 가상발전소(VPP)를 통해 여러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하나의 발전소처럼 묶어서 입찰에 참여할 수도 있다.
제주도에 진출한 기업인 VPP랩의 정주현 이사는 "현재 제주도에 많은 에너지 IT 기업들이 진출해있다"며 "제주도 전력시장 개편에 맞춰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신재생에너지 시장서 수소발전 분리…청정수소의무화 도입
그동안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에 묶였던 수소발전이 RPS에서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로 새해 분리된다.
그동안 RPS에서 수소연료전지 발전이 차지한 비중은 인증서 발급 기준으로 지난해 약 15.6%에 이르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관련 내용이 포함된 ‘수소경제의 육성 및 수소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지난달 11일부터 시행했다.
대규모 발전사업자에게 RPS로 발전량의 일부를 재생에너지로 채우도록 했듯이 일정 규모 이상의 수소 발전이 의무화된다. 청정수소에 대한 등급별 인증제와 함께 청정수소인증기관이 지정된다.
산업부는 CHPS는 내년부터 도입하고 청정수소와 관련한 인증제도는 2024년에 마련할 예정이다.
발전사업자는 수소발전 입찰시장을 통해 수소발전량을 구매하거나 판매할 수 있다.
청정수소를 확보해야 하는 발전사업자가 청정수소를 의무량만큼 확보하지 못하면 그만큼 과징금이 부과된다.
수소발전 입찰시장의 낙찰기준으로 △발전단가가 과도하지 않고 △발전소가 위치한 지역 주민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며 △수소산업 관련 기술개발 및 수소산업 활성화에 기여가 포함된다. 발전사업자는 수소발전 의무량을 확보한 이행비용을 한국전력을 통해 전기사용자의 전기요금에 반영해 회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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