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올해 하반기 들어 ‘채린이(채권 투자 초보자)’ 확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주식 대신 채권으로 눈을 돌린 개인 투자자들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 크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장외시장에서 채권을 사들인 금액은 20조1350억원으로 지난해 4조5675억원보다 약 5배가량 늘어났다. 이는 2006년 통계치 조사 이후 최대 규모다.
한국거래소의 장내 채권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개인은 올해 5500억원의 채권을 순매수 했다. 2012년 이후 줄곧 순매도를 유지했는데, 정반대가 된 셈이다.
올해 개인에게 인기가 많았던 채권은 한국전력채권(한전채)이다. 올 한해 한전채 순매수 규모만 1조6500억원에 달한다. 특수채 순매수 금액 1조9202억원 중 85% 이상이 한전채 매수 금액이었던 것이다.
회사채는 개인에게 꾸준히 인기를 끌면서 올해 처음으로 순매수 7조원을 넘어섰다. 국채도 마찬가지다. 연초 이후 개인의 국채 순매수 규모는 2조8652억원으로 전년동기(707억원)보다 40배 가까이 급증했다.
채권 수요가 늘어난 이유는 올 들어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기조를 유지하면서, 주식시장 부진과 금리 상승이 지속되서다. 채권은 금리가 오르면 값이 떨어지지만, 만기까지 보유하면 이자를 꼬박꼬박 받을 수 있고 매수 시점 대비 금리가 떨어지면 차익까지 얻을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에 증권사도 채린이들을 위해 시스템 개편을 하는 등 채권 판매 수요를 늘리기 위한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증권·KB증권·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이 채권 소액투자 서비스를 시작했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을 통해 접근성과 편의성도 높였다.
증권사 별로 보면 KB증권은 미 국채 등 해외채권도 MTS 등을 통해 최소 100달러부터 매수할 수 있도록 했다. KB증권의 채권 판매액도 지난 11월 말 기준 15조원을 넘어서면서 지난해 연간판매액(9조5000억원)의 58% 이상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삼성증권도 지난 9월부터 모바일 매매 서비스를 시작하고 최소 투자금액을 100달러로 낮췄다. 삼성증권의 온라인 채권 판매액은 지난해 연간 규모(2000억원)에 비해 11배 이상 증가한 2조원을 넘어섰다.
삼성증권의 분석 결과 올해 온라인 채널을 활용해 채권을 매수한 투자자의 93%가 그간 채권 매수경험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투자증권은 연초 이후 지난달 말까지 14조7000억원 규모로 리테일 채권을 판매하기도 했다.
당분간 안정적인 투자와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인해 채권 투자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증권사들의 관심이 높아질 전망이다. 김성현 KB증권 채권상품부장은 "최근 채권 상품이 은퇴 생활자 등 안정적으로 운용코자 하는 투자자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며 "금리 하락 시 양도차익을 노리는 투자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다양한 채권 상품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자만 보고 무분별하게 투자했다가는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채권은 각종 변수에 취약하기 때문에 투자가 어려운 상품인데, 신용등급이나 재무구조 등을 파악해 투자해야한다"며 "단순히 금리 흐름 예상 만으로 채권 투자를 감행한다면 수익률에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yhn770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