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펀드 간 거래, 구분관리 의무 위반 등 모두 무죄
"업무처리 방식 납득 어렵지만...다른 펀드 손실 단정 못해"
NH투자, 사후손실보전 무죄...하나은행과 책임론 장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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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수탁사인 하나은행이 옵티머스 펀드 환매대금을 돌려막기한 혐의와 관련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펀드 판매사인 NH투자증권과 하나은행 간에 소송전이 안갯속에 빠졌다.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사태에 대해 수탁사인 하나은행과 사무관리회사 예탁결제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과 구상권을 청구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투자자들에게 사후 손실을 보전해 준 혐의로 기소된 NH투자증권에 무죄를 선고한 데 이어 하나은행도 관련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옵티머스 책임론에 대한 공방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22일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하나은행 수탁영업부 직원 2명, 하나은행 법인,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 등에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하나은행 수탁영업부 직원으로 근무하던 직원 2명은 옵티머스 측에서 펀드 환매자금이 제때 들어오지 않자 2018년 8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3차례에 걸쳐 수탁 중인 다른 펀드자금을 이용해 옵티머스 펀드 환매대금 92억원 상당을 돌려막기 하는데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에 펀드 수익자들에게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다른 펀드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가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또 이들은 2020년 5월께 옵티머스펀드의 비정상적인 운용을 알면서도 수탁계약을 체결해 143억원 상당의 사기를 방조한 혐의도 받는다. 이에 검찰은 하나은행 직원 2명에 각각 징역 5년과 3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자본시장법상 펀드 수탁사는 펀드 재산 간에 대여를 해서는 안 되고, 각각의 재산을 구분해 관리해야 하는데, 하나은행이 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하나은행 펀드회계팀이 작성한 별도의 계정이 있었고, 이를 기초로 펀드 기준과 검증이 이뤄졌기 때문에 펀드 자산이 혼재될 위험은 낮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하나은행이 통합적으로 자금관리 시스템을 운영한 것만으로 자본시장법상 구분관리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또한 거래 행위 구성 요건인 권리의무 관계 변동이 하나은행의 대여금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펀드 간 거래 행위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비예탁성 채권인 사모사채 투자를 관리함에 있어서 반복된 입금 지연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이에 대한 업무처리 방식이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로 인해 옵티머스펀드 투자자들이 이익을 취하고, 다른 펀드 수익자들이 손실을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나은행과 해당 직원의 고의성에 대해서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나은행이 무죄 판결을 받음에 따라 옵티머스사태의 책임론은 더욱 가리기 어렵게 됐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NH투자증권 법인과 해당 직원에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NH투자증권 직원들은 옵티머스펀드의 투자자들에게 1억2000만원 상당의 사후손실을 보전해준 혐의를 받았는데, 이에 대해 재판부는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검찰은 NH투자증권 무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은행도 이번 판결에 대해 검찰이 항소할 가능성이 큰 만큼 결국 각 재판에 대한 최종 판결은 대법원에서 가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