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여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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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막을 내렸다. 마무리를 두고 설왕설래가 있지만 많은 이들이 이 작품을 사랑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재벌가 일상에 대한 호기심, 통쾌한 복수가 주는 쾌감, 현실을 잘 반영해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 등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내용 때문이 아니다. 재벌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이 치부처럼 드러난 느낌이 들어서다.
등장인물들을 ‘오너 일가’라고 표현하고 받아들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집단의 우두머리를 의미하는 ‘총수’와 소유자라는 ‘오너(Owner)’는 그 뜻이 분명히 다르다. 기업의 주인이 주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너보다는 총수라는 말을 쓰는 게 맞다.
소위 ‘재벌 저격수’를 자처하는 이들도 오너라는 단어를 무분별하게 쓴다. 고백하자면 기자 역시 그랬다. 고작 지분 몇% 들고 있는 그들을 대기업의 ‘주인’으로 대접한 게 바로 우리였다.
재벌을 무조건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본 것도 문제다. 재벌은 언제나 논란의 대상이었다. 한국 경제의 고속성장을 견인했다는 평가와 빈부격차를 키운 주범이라는 비판이 공존한다. 이들이 축적한 부를 활용해 사회적 책임을 다했는지도 논쟁거리다. 공과를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어두운 면만 본 것 같아 부끄러웠다.
드라마는 재벌 체제에 대한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동시에 짚었다. 이성민 배우의 연기를 보면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등의 ‘기업가 정신’이 엿보인다. 부정한 지분 승계나 불투명한 기업 경영에 대한 일침도 있다.
대기업 총수는 위기 속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전문경영인과 비교된다. 일감 몰아주기나 불법 승계 등 위법행위는 엄중히 단속하면 된다. 지배력을 유지하며 자본만 끌어모으려는 ‘물적 분할 후 상장’ 같은 꼼수는 못 쓰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재벌 내부에서는 이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묻고 싶다. 행정·입법권을 지닌 정치권의 움직임은 어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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