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똥비' 쏟아진 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가성비 소재가 결정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2.29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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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1시 50분께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부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29일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상의 한 방음터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1시 49분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성남 방향 갈현고가교 방음터널을 지나던 폐기물 집게 트럭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당초 화재는 해당 트럭과 버스의 추돌 사고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소방당국 설명이 있었으나, 트럭의 단독 사고 혹은 자체 발화로 인한 것일 수도 있어 조사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불은 플라스틱 소재의 방음터널 벽으로 옮겨붙은 뒤 급속히 확산했다. 화재 발생 당시 영상을 보면 방음터널 내 수백m에 달하는 구간이 모두 시뻘건 불길에 휩싸여 불에 타고, 터널 양 옆으로는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방음터널 내부는 화염으로 가득하고, 뜨거운 열기로 인해 터널 천장이 녹아 불똥이 비처럼 떨어지는 모습도 보였다.

화재는 2시간여 만인 오후 4시 12분 완전히 진화됐지만 방음터널 대부분과 터널 안에 있던 차량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방음터널은 총 길이 830m 가운데 600m 구간이 소실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불로 5명이 사망했다. 사망자는 당초 6명으로 알려졌으나, 1명이 중복집계 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5명으로 수정됐다. 대부분은 불길과 짙은 연기 속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차 안이나 주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으로 파악됐다.

부상자는 37명이다. 이 중 3명은 안면부 화상 등 중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34명은 연기흡입 등의 경상이다. 경상자 중 다수는 병원으로 이송되지 않고 현장 처치만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구간 내 고립돼 소실된 차량은 45대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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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 인근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구간이 녹아 있다.(사진=연합)

이처럼 불이 순식간에 번지면서 대규모 피해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방음터널의 천장이 사실상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방음터널은 철제 H빔으로 만들어진 구조체를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카보네이트(PC) 또는 폴리메타크릴산 메틸(PMMA)로 덮어 만들어진다.

이날 화재가 발생한 방음터널의 경우는 PMMA 소재를 이용해 2017년 8월 만들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PMMA는 PC에 비해 다소 저렴하지만, 인화점이 약 280도로, 약 450도인 PC보다 낮아 화재 위험성이 더 높다.

이들 소재는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열기에 강한 '방염' 소재인 것은 맞지만, 불연 소재는 아니기 때문에 고온의 열이 장시간 가해질 경우 불에 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플라스틱류 소재는 불이 붙으면 목재의 다섯 배가 넘는 열을 내뿜어 불이 더 빨리 번지게 된다. 또 유독가스도 함께 발생하기 때문에 인명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미국 등에선 방음터널에는 강화유리와 같은 불연 소재를 사용하는데 한국에선 관련 규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화유리는 내연성이 높지만 PMMA 등에 비해 가공이 어렵고 가격이 비싼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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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과천지식정보타운 부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사진=연합)

방음터널이 4면이 밀폐된 터널 구조임에도 일반 터널로 분류되지 않아 안전관리에 빈틈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소방법상 방음터널은 일반 터널로 분류하지 않아 옥내 소화전 등 소방 설비 설치 의무가 면제되는 경우가 많다. 국토안전관리원 기준으로도 터널에 해당하지 않아 시설물 안전점검 및 정밀안전진단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아울러 사고가 발생한 방음터널 입구 인근에는 사고 발생 시 추가 차량 진입을 차단시키는 '터널진입 차단시설'이 설치돼 있었으나 작동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 당국은 사고 수습을 마치는 대로 해당 시설이 작동하지 않은 경위에 대해서도 살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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