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부동산 규제 완화에…집주인들, "급매 소진될까 기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1.04 16:18

광명·목동·여의도 등 급매 내놨던 집주인들 ‘화색’



매수 문의는 아직 없어…고금리 이자 부담에 ‘관망’



"서울·수도권 일부서 갈아타기 수요 자극받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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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정부가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경기 규제지역을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광명시 철산동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김기령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어제 정부 발표 났던데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매수자가 얼른 나타나서 집이 빨리 처분됐으면 좋겠어요." (서울 양천구 목동 주민 A씨)

"규제가 풀린 건 대환영이지만 고금리에 이자 부담이 크기 때문에 거래량이 대폭 반등하긴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아직 매수 문의는 한 통도 없네요." (경기 광명시의 B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정부의 부동산 규제지역 해제 발표 다음날인 4일 규제 완화의 최대 수혜지로 꼽히는 광명 등 서울 인접 수도권에서는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흘러나왔다. 이번 조치로 매수세 회복의 여지가 마련돼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다만 고금리 부담이 여전하기 때문에 거래절벽 해소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 규제지역 해제…"거래절벽에 숨통 트일 것"


정부가 부동산 연착륙을 위해 부동산 관련 규제를 5년 전 수준으로 완화했다. 지난 2일 국토교통부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를 열고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의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에서 해제키로 결정했다.

규제 대못이 뽑히면서 기존 규제지역이었던 서울 전역과 경기 성남(분당·수정구), 과천, 하남, 광명 가운데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관련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진 셈이다. 이번 조치는 5일 0시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 대출·세제·청약 등 부동산 전 분야에 걸친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중과가 배제돼 세 부담이 줄어든다. 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가 완화되는 등 대출 여력이 높아진다. 이번 규제 완화책이 장기화되고 있는 거래절벽에 숨통을 터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7월 이후 매월 1000건 미만에 그치는 등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광명시의 지난해(1~11월) 아파트 거래량은 450건으로 지난 2021년 거래량인 2342건의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기존 규제지역 중 한 곳이었던 하남시 역시 지난해 거래량은 619건으로 지난 2021년 거래량(2203건)에 비해 현저하게 감소했다.

광명 철산동의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투자 목적으로 매수하려고 생각했던 수요자들에게는 규제 완화가 희소식이 될 것"이라며 "급매를 내놨던 집주인들도 매물을 소진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눈치"라고 귀띔했다.


◇ 목동·여의도,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관건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서울 목동과 여의도 등지에서도 급매 소진에 대한 기대감이 흘러나왔다. 이날 방문한 목동의 B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는 시장 분위기를 살펴보려고 공인중개사를 찾아온 집주인도 만날 수 있었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거주 중인 C씨는 "수개월째 매물을 내놨으나 매수자를 찾지 못했는데 이번 규제지역 해제로 매수 문의가 늘어나진 않았나 싶어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방문했다"고 전했다.

목동의 B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아직 시장이 움직이기에는 이르기 때문에 일주일 정도는 지켜봐야할 것 같다"며 "오는 4월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풀린다면 그때는 갭투자도 가능해지기 때문에 매물이 소폭 증가할 순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서울시는 정비사업 등으로 집값 상승 우려가 있는 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 청담 등을 매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를 매매할 때 기초단체장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주거용 토지를 매입할 경우 2년간 실거주 의무도 있다. 매입 시 전세를 주는 ‘갭투자’가 불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지역 중 여의도, 목동, 성수 등은 여전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있어 실거주 의무 등의 규제를 적용받는다. 단 여의도·목동·성수 등은 오는 4월26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만료되기 때문에 서울시가 이를 연장하지 않는다면 이들 지역에서도 실거주 의무가 사라지기 때문에 거래량이 늘어날 수도 있다.


◇ 분양 앞둔 지역, 규제 완화에 안도

정부의 규제완화책에 올해 분양 예정 물량이 대거 집중됐던 지역들도 분양 흥행을 기대하는 눈치다. 분양시장 수요 유입을 억제하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와 중도금 대출규제, 전매제한, 의무거주 요건 등이 폐지됐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과 수도권 분양예정 아파트는 총 48곳으로 이 가운데 이번에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지역 내에서 분양 예정인 단지는 총 38곳이다.

특히 광명에서만 광명1·4·5구역 재개발, 베르몬트로광명, 철산주공 10, 11단지 재건축 등 올해 총 1만3600여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광명 철산동의 B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올해 광명에서 분양하는 단지가 많은데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서 중도금 대출이나 다주택자 청약 제한 조치 해제 등이 적용되기 때문에 수요자가 많이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실수요와 외부 투자수요 유입이 상당한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 대한 규제 지역 해제 영향으로 갈아타기 등의 1주택자 주거이전 수요가 자극되면서 침체된 거래 시장의 정상화 효과가 기대된다"면서도 "다만 2023년에도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 등이 예고된 상황이고 은행권 DSR 규제에 따른 가계의 유동성 축소 분위기도 여전해 금일 발표된 정책 수혜가 소득과 자산 등에 한계가 있는 무주택 실수요층까지 전해지기에는 다소 시일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girye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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