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여파에 전세의 월세화, 올해도 지속
전세 수요 감소에 전세가격 4년 전 수준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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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전월세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김기령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정부가 부동산 연착륙을 위해 각종 규제 완화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임대차 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안정한 양상이다. 고금리 시대를 맞아 월세 선호현상이 짙어지면서 전세 수요 감소로 집주인도 세입자도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다음 전세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보증금을 못 돌려받고 이사를 미루는 세입자가 있는가 하면 세입자를 찾지 못해 집을 공실로 두는 집주인도 생겨났다. 불안한 임대차 시장 현황과 개선 방안에 대해 2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서울 양천구에 거주 중인 30대 정모씨는 1월 말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 시기에 맞춰 이사 계획을 세워뒀는데 정작 집을 보러오는 사람이 없어 초조해졌다. 정씨는 "이제 계약 만료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집이 안 나간다"며 "집주인도 다음 전세 세입자가 들어와야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다고 해 이러다가 이사 계획이 다 틀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지난해부터 심화된 전세의 월세화는 올해에도 이어지는 양상이다. 금리 인상 기조로 전세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가운데 다음 전세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집주인도, 기존 세입자도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세가격이 4년 전 수준까지 하락하는 단지들이 늘어나고 있다.
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중계주공5단지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3일 전세 4억원에 계약됐다. 해당 단지 내 동일면적은 지난 2021년 10월 전세 8억원까지도 거래돼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운 바 있다. 지난 2019년 초 동일면적 전세가격이 3억 후반~4억 초반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4년 전 수준으로 전세가격이 회귀한 것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8단지 전용 54㎡는 지난달 전세 3억원에 계약됐다. 해당 매물의 지난 2016년 전세가격과 동일하다. 직전 계약인 지난 2018년 10월 3억2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된 것보다 2000만원 낮춰 계약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이달 첫째 주 전국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은 0.82% 하락했다. 임차인 우위 시장이 굳어지면서 전세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세 수요가 감소하면서 자연스럽게 월세 선호도가 높아졌고 수요에 따라 집주인들도 월세로 전환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기존 전세 세입자에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는 경우에만 가능해 집주인들도 시름을 앓고 있다.
목동의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체감하는 전세가격은 4~5년 전보다 더 떨어진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요자가 없다"며 "대출을 최소화하려는 이들이 많아져서 보증금을 1억원 이하로 최대한 낮추고 월세를 200만원대로 높인 매물이 더 계약률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집계된 수도권의 월세 거래 비중은 48.9%로 2021년의 43.2% 대비 5.6%포인트(p)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4분기 기준으로는 50.4%를 기록하는 등 절반을 넘어섰다. 월세 수요가 많아지면서 평균 월세 금액도 높아지는 추세다. 수도권 주택 거래 당 평균 월세는 29만5600원으로 전년 대비 23%가 급증했다. 반면 수도권 평균 임차보증금은 1억9592만원으로 전년 대비 3.5%가 감소했다.
함영진 직방빅데이터랩장은 "금리가 여전히 높기 때문에 전월세전환율과 비교했을 때 전세자금대출 이자 부담이 훨씬 크기 때문에 차라리 월세를 지불하겠다는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며 "임대인 입장에서도 월세를 받아 운용 수익을 챙길 수 있어서 이런 점들이 맞물려서 전세의 월세화는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gir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