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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국내 카드사들이 고강도 긴축 경영에 들어가면서 서민들의 자금줄이 막히고 있다. 가입자들의 대출 및 신용카드 이용 한도를 큰 폭으로 축소하고 있어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 등 전업카드사들은 지난달 개인회원 이용한도 정기점검을 한 뒤 한도 하향조정을 통보했다.
신용카드 이용한도 정기정검은 신용카드 표준약관과 이용 한도 관련 모범규준에 따라 카드사들은 연간 1회 이상 정기적으로 회원에게 부여된 이용 한도의 적정성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된다. 월평균 결제 능력과 신용도, 이용 실적 등의 변화가 있을 경우 카드사는 이용 한도를 조정할 수 있다.
문제는 지난해 연말 시행된 한도 점검서 예년보다 강화된 내부 잣대를 들어 하향 조정 대상자를 선정한 것이다. 일부는 신용점수 변동과 연체 이력이 없음에도 한도 축소 통보를 받기도 했다.
30대 회사원 A씨는 "신용도와 이용실적, 연체 등의 변화가 크게 없었음에도 이용한도가 8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축소됐다"고 말했다.
50대 공무원 B씨도 "급할 때 사용하려고 보유했던 단기카드대출 한도가 10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줄었다"며 "2금융권 대출도 없고, 해당 카드로 꾸준히 거래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한도를 축소한다고 통보받으니 당황스럽다"고 강조했다.
자영업자의 경우에는 축소폭이 더 크다. 개인사업자 C씨는 "개인사업자 카드 한도가 40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줄어든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신용상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곧바로 확인했다"며 "신용상의 문제는 없었고, 연체 등의 우려가 있어 예방차원에서 한도를 하향조정했다고 답변 받았는데 당장 대금처리 등이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카드사들은 자금조달 부담과 연체 우려가 커지고 있어 건전성 관리를 위해 한도 축소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국내 8개 카드사의 총 연체액계(1개월 이상)는 1조2710억원이었지만 지난 9월 말에는 1조4076억원을 기록하며 3분기만에 10% 이상 증가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 장단기카드대출 잔액이 늘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연체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며 "카드사도 자금 조달 금리가 높아져 부담이 커진 상황인 만큼 선제적으로 자산 전건성 관리를 위해 수시적으로 내부 신용평가를 통한 한도조정을 진행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듯 중저신용자들의 자금 유연성도 떨어지고 있다. 실제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리볼빙) 잔액(지난해 11월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1조2208억원 증가해 사상 처음으로 7조원대를 넘어섰다. 같은 시점 단기카드대출 이용액도 47조7797억원으로 나타났다.
다만,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수단인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가 안정화를 찾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여전채(3년물, AA+) 금리는 지난 5일 기준 5.324%로, 지난해 6%를 돌파했던 것과 비교해 완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신용카드사들의 한도 및 혜택 축소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만기 채권 등을 고려했을 때 향후 2~3년간 카드사가 감내해야 하는 이자비용이 더 늘어날 것"이라면서 "한계차주를 중심으로 원리금 상환 능력이 저하돼 금융 회사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카드사는 차주 구성이 은행 대비 신용도가 낮은 개인으로 구성돼 자산건전성 지표 저하 폭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yhn770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