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원전 10기 수출하려면 100조 자금조달 필요"…황주호 사장 "문제 없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1.10 13:15

업계 "자금 지원 풍부했던 UAE 때와 달라…터키 등 수주 유망국 재정 어려워"



황 사장 "금융권 수출 지원 MOU 추진…폴란드, 3월 예타 때 분담안 도출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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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윤석열 정부 ‘원전 10기 수출’의 관건은 100조원에 달하는 ‘파이낸싱(자금조달)’로 꼽혔다.

그러나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10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전력공사 및 한수원의 터키·폴란드 원전 수주가 가시화하면 필요 금액이 최소 40~50조원으로 추산된다. 현재 거론되는 유럽,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의 원전 수주 등 실제로 ‘원전 10기 수출’이 현실화하면 조달해야 할 자금이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에너지업계는 물론 금융권에서도 자금조달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황주호 사장은 최근 원전업계 신년 인사회에서 기자와 만나 이와 관련 "원전 수출 10기는 전례가 없다. 파이낸싱은 정부가 가능한 최대치로 지원해 줄 것"이라며 "정부가 지난해부터 꾸준히 관계부처 회의를 하고 있다. 또 모든 금융권이, 농협까지 모여서 원전 수출 지원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맺는 등 계속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황 사장은 "폴란드 같은 경우, 올해 3월부터 예비타당성 조사들이 시작하면 공사금액의 몇 프로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방안이 도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파이낸싱 우려에 대해서는 과거의 사례들을 반추하며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자력에 대해서 지난 30년 동안 대형 금융회사들이 돈을 꿔준 적이 별로 없다"며 "그런데 유럽이나 세계 각국이 원자력발전소를 왕창 짓던 70년대로 돌아가 보면 그 때는 다 돈을 빌려줬다"고 말했다.

황 사장은 파이낸싱을 자신하는 근거로 우리나라 원전의 ‘예산에 맞춘 적기 준공’을 내세웠다.

황 사장은 "결국 돈을 받으려면 사람 마음을 얻어야 되지 않느냐"며 "이제까지의 건설 실적이라든가 이런 걸 보면 다른 나라들은 정확한 예산에, 약속한 시기에 준공을 한 곳이 하나도 없다. 그런 나라에 돈을 꿔주겠느냐. 특히 당초 제시했던 금액보다 두 배, 세 배 늘어나는 국가와는 공사를 어떻게 하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는 얼마에 한다고 하면 딱 그 금액으로 맞춘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신한울 1호기 같은 경우에 당초 약속한 딱 5조원에 완공했다. 그런 나라가 없다"고 강조했다.

황 사장은 "네덜란드, 핀란드, 벨기에, 카자흐스탄, 베트남, 필리핀, 남아프리카공화국과도 원전 수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유럽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도 한국형 원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에너지 안보 위기가 한국 원전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켜서 탈원전 정책으로 무너진 한국 원전 산업을 부활시키겠다"고 말했다.

다만 에너지업계에서는 막연한 낙관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국책은행이 지원한다 해도 글로벌 경기가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100조원 건설 수출은 전례가 없는 규모"라며 "국내 금융권 만으로는 당연히 불가능하고, 해외 금융기관에 빌리면 이자 외에도 각종 요구사항들이 많아 리스크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UAE(아랍에미리트연합) 바라카 원전 이후 해외 원전 건설 수주가 전무한데다 당시엔 UAE가 자금을 대주겠다고 해서 문제가 없었지만 폴란드는 물론 추가로 수주를 추진 중인 필리핀, 베트남, 남아공 등의 국가는 자금이 부족하다. 우리보고 돈을 가지고 오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재원 조달에 앞서 예비 타당성 조사 단계부터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희용 전 한전 원전수출본부장은 "통상 500억원 이상 규모의 해외투자 건은 KDI(한국개발연구원)의 투자심사 대상"이라며 "적어도 20년 이상의 장기 전력구매계약(PPA)를 체결하거나 현지의 대규모 수요처를 확보하는 등 수익 회수 측면에서 확실한 밑그림이 나오지 않으면 투자심사 통과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본부장은 "무엇보다 UAE 때도 원전 기술로만 성공한 게 아니라 교육, 군사훈련(국방) 같은 수면 아래 패키지가 깔려있었고 이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폴란드 같은 경우도 이런 방법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런 걸 추진하려면 VIP(국가 지도자) 리더십이 있어야 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강한만큼 정책이나 외교문제는 크게 걱정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재원조달이 가장 큰 불안요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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