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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원유시추기(사진=로이터/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 각국의 공격적인 통화긴축 정책과 이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지난해 냉온탕을 오가던 국제유가가 올해에는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원유 최대 소비국으로 꼽히는 중국이 본격적인 경제 제개에 나서 수요를 견인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의 대응 등을 통해 유가 상승세가 지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1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77.4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WTI 가격은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지난해 3월 7일 장중 한때 130달러대로 오르면서 2008년 7월 이후 최고점을 기록했지만 경기침체 우려가 불거지자 배럴당 80.26달러로 2022년을 마무리했다. WTI 가격은 이달 초에도 10% 가까이 빠졌지만 이날까지 포함해 5 거래일 연속 오르는 등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한 모양새다.
중국이 방역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하자 중국 내 경제 활동이 재개되고 여행 수요가 증가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에너지 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오는 22∼28일)을 앞두고 항공연료 수요가 하루 72만 배럴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년 6개월래 최대 수준이다.
중국 당국도 경제 회복에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정부는 대규모 원유 수입쿼터를 발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발표된 중국 정유업체들에게 할당된 수입쿼터 규모는 1억 3200만톤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21%(1억 900만 톤) 가량 높은 수준이다. 중국 소비자들의 더 높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물량을 미리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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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WTI 가격추이(사진=네이버금융) |
전문가들도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규제를 빠르게 폐기하고 경제를 재개함에 따라 올해 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입을 모은다.
골드만삭스의 제프리 커리 글로벌 원자재 총괄은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이 전면 재개방에 나설 경우 브렌트유가 올 3분기 안에 배럴당 110달러로 급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커리는 "리오프닝 최대 수혜는 원유"라며 "자동차, 기차, 항공기 등이 모두 가동될 경우 원유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매체 제로헷지에 따르면 세계에서 유명한 프랑스 출신 원유 전문 투자자인 피에르 앙뒤랑은 "더 이상 봉쇄조치가 없다고 가정할 때 아시아의 온전한 재개방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며 "시장은 재개방에 따른 수요 회복 규모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또 커리의 인터뷰와 별도로 최근 발표한 투자노트를 통해 국제유가가 4분기에 10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원유 수요가 올해 하루 270만 배럴 증가해 올 하반기부터 원유 시장이 공급부족에 직면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중국 등에서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하더라도 OPEC+가 추가 감산에 나설 수 있기 때문에 유가 하방 리스크가 제한적이라고 골드만삭스는 주장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유가를 짓누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바클레이즈는 최근 투자노트에서 "글로벌 제조활동이 2008년 수준으로 악화될 경우 유가가 우리의 전망치 대비 배럴당 15∼25달러 떨어질 리스크가 있다"고 밝혔다. 바클레이즈는 지난해 10월 경기침체, 수요 둔화 등을 이유로 올해 유가 전망을 103달러에서 98달러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그럼에도 바클레이즈는 미국 산유량 둔화, OPEC+의 시장 대응, 제재에 따른 러시아산 원유공급 감소 등을 이유로 꼽으면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유가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과 동맹국들이 러시아 원유 산업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커리는 실물경기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구리 가격도 올해말까지 톤당 1만 15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구리 가격은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톤당 9000달러선을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