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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증권가. |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증시 부진 속에서도 국내 초대형 투자은행(IB)의 발행어음(단기금융) 판매 잔고가 급증하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데다, 4% 이상의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어서다. 하나증권과 신한투자증권도 자기자본 요건 등 인가 조건을 충족한 만큼 올해 초대형IB 지정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발행어음 잔고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28조8782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초 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증권사는 총 4곳이다. 한국투자증권이 2017년 11월 처음으로 발행어음을 출시했고, NH투자증권(2018년 7월), KB증권(2019년 6월), 미래에셋증권(2021년 6월) 등이 뒤를 이었다.
증권사 별 판매잔고를 살펴보면 한국투자증권이 11조9000억원(2022년 12월 말 기준)으로 1년 새 2조6500억원이 늘어났다. NH투자증권도 지난해 연초 2조9372억원에서 지난해말 5조1980억원으로 2조2608억원이 증가했다. KB증권도 지난해 말 기준 7조2502억원으로 연초(5조7382억원) 대비 1조 5126억원 증가했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의 법인 대상 발행어음 수시형 상품의 한도가 소진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19일부터 발행어음 수시형 법인 상품 매수가 중단되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지난해 말 기준 4조5300억원을 판매했다.
발행어음은 초대형 IB로 지정된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이다. CMA/수시형, 약정형(만기형), 적립형으로 구분된다. 발행어음 판매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기업 대출·부동산금융 등에 투자할 수 있다.
증권사 신용도를 기반으로 발행하기 때문에 사실상 예금자 보호 상품에 가까운 점이 특징이다. 즉 투자자 입장에서는 시중은행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단, 원금 보장 상품이 아니고, 중도해지 시 불이익이 있어 유의가 필요하다.
발행어음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관심을 끌었다. 기존 3%대 금리로 판매됐었지만, 자금시장 경색에 따른 채권금리 급등으로 5~6%대로 뛰어올라서다. 올 들어 자금시장 경색이 가라앉으면서 발행어음 금리가 4%대로 떨어진 상태지만, 지난해 한때는 연 8%대 특판 상품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발행어음 사업 요건을 갖춘 증권사들도 속속 시장에 입성할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발행어음 사업 요건인 자기 자본 4조원 이상을 넘은 증권사는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키움증권, 메리츠증권 등이다.
이들 중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이 올해 안에 초대형 IB 진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대형IB가 되더라도 내부통제, 대주주적격성 등 일부 요건을 충족한 후 금융위원회로부터 발행어음 사업자를 인가받아야 한다.
키움증권도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에 이어 초대형 IB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종합금융팀을 신설해 초대형IB 시장 진출을 확실시하기도 했다. 키움증권의 올해 3분기 기준 자본 총계는 3조 9646억원으로, 초대형 IB 진출을 위한 요건(자기자본 4조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IB들은 발행어음을 통해 브로커리지 기반 강화는 물론 사업다변화까지 꾀할 수 있다"며 "자격을 갖춘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신규 사업자 진출에 열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yhn770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