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진격의 K-바이오, 글로벌 허브로 가는 길] 정부정책은 '짜깁기', 국회는 '이해 부족'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1.15 15:30

■(中) 현실 못따르는 지원 법제도



"이전 정부와 차이 없어"…신약·바이오 개발예산 80% 줄어



제약특별법 국회계류, 국가전략기술특별법엔 바이오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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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원자력안전위원회 업무보고를 주재하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국내 바이오업계가 코로나를 계기로 높아진 글로벌 위상과 정부의 잇따른 지원 약속과는 정반대로 심각한 생존위기에 직면해 있다. 주된 원인은 글로벌 고금리에 따른 ‘돈 가뭄’ 탓이다. 특히 바이오 생태계에서 ‘새싹’ 역할을 하는 벤처기업의 고사 위기가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팽배하다. 국내 바이오업계가 처한 현실과 해외 주요국 동향을 전문가 진단으로 짚어보고, 처방도 총 3회로 나눠 제시해 본다. <편집자 주>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국내 바이오업계가 새해 글로벌 투자위축과 그에 따른 연구개발 자금고갈 등 업계의 고사 위기를 경고하고 있음에도 정부와 국회의 바이오산업 육성관련 법제도 마련은 현실을 반영하는데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윤석열 정부의 바이오산업 지원사업은 지난달 21일 정부가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 안에 담긴 ‘신성장 4.0 전략’에 집약돼 있다.

정부는 반도체 등 ‘15대 핵심 프로젝트’ 중에 ‘미래 의료기술’과 ‘바이오 혁신’을 포함시키고 ‘미래 의료기술’ 부문에는 올해 3432억여원, ‘바이오 혁신’ 부문에서는 올해 664억여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나아가 반도체, 바이오 등 ‘국가전략기술’의 신규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기존보다 2배로 높이고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과 협력해 ‘맞춤형 지원프로그램’을 통한 우대금리 제공, 기술보증기금의 ‘특별 보증프로그램 공급’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바이오업계는 기존 정부 정책에 비해 새로울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신성장 4.0 전략’ 중 주요 사업인 ‘K-바이오 랩허브 구축’은 사무실 입주공간·연구장비 지원 등이 주를 이루고 규모가 큰 사업의 사업비 투입 일정도 △K-바이오 랩허브 구축 2031년까지 총 2726억원 △범부처 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 2030년까지 5955억원 △감염병 예방치료 기술개발사업 2029년까지 6240억원 등 중장기 계획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오히려 올해 전체 보건의료 R&D 예산은 총 1조4690억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에 그쳤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신약개발사업’ 예산은 20%,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예산은 80%, 보건복지부의 ‘국가신약개발사업’ 예산은 지난해보다 2% 각각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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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목되는 주요 바이오산업 관련 법제도


국회에서의 입법 움직임은 더 지지부진해 보인다.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은 기존 보건복지부 산하 ‘제약산업 육성·지원위원회’를 국무총리 산하로 격상시키고 명칭도 ‘제약바이오산업혁신위원회’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의 위원회 확대 억제 기조로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는게 업계의 전망이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과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이 각각 발의한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은 반도체 등 주요 국가전략기술 육성·지원을 위한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여야 의원들이 각각 발의한 두 법안 모두 ‘바이오’라는 단어는 법안에 들어있지 않다.

앞선 제20대 국회인 2019년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이 제정돼 2020년 시행됐지만, 이 법은 바이오산업 육성보다는 의약품 품질과 안전성의 관리체계를 보다 엄격히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권경희 동국대 약학대학 교수는 "첨단바이오의약품 개발에 효용가치가 높은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의 경우 (첨생법의 제정으로) 기존 약사법 체계에 따를 때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연구 승인을 받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한국거래소가 마련 중인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제도’의 ‘표준기술평가모델’도 올해 상반기부터 적용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업계는 새 평가모델이 ‘기업공개(IPO)의 건전성과 투명성 제고’를 목표로 하는 만큼 기존보다 평가기준이 까다로와지고 상장 문턱도 높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시행된 한국거래소의 제약·바이오 업종을 위한 ‘포괄공시 가이드라인’은 외국 파트너사와의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등 세부 계약내용까지 공시하도록 해 자칫 영업비밀 노출과 계약 불발 우려가 있어 업계가 추가 보완·개정을 요구하고 있으나 아직 진전이 없는 상태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 국회의 바이오산업 이해도는 높지 않고, 정부의 바이오산업 육성계획도 기존 각 부처의 사업계획을 ‘짜깁기’해 놓은 데 그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 바이든 정부가 국방부까지 포함시켜 백악관 주도로 공급망 강화 등 포괄적인 ‘바이오제조 이니셔티브’를 발표한 것과 같은 보다 과감한 국가 차원의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정부의 인식 전환을 주문했다.

kch005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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