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전세시장, 규제 완화에도 깊은 겨울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1.15 13:21

입주 물량 폭탄에 대치·개포동 전셋값 급락



구축 단지 전세, 직전 최고가 대비 반토막 나



전세 하락에 집값도 하방 압력…하락 불가피

개포래미안블레스티지

▲서울 강남 학군지 일대 아파트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서 전세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사진은 강남구 개포동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 사진=김기령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오는 3월 신학기를 앞둔 가운데 대치동과 개포동으로 대표되는 서울 강남 유력 학군지 일대 아파트 공급물량이 쏟아지면서 전세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신축 아파트 잔금 마련을 위해 전세를 내놓는 집주인이 늘어나면서 전세가격 하락폭을 키운 것이다. 전세가격이 떨어지자 집값도 나란히 하방 압력을 받고 있는 양상이다.

1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지난 11일 전세 5억40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3년 전인 지난 2020년 12월 해당 매물이 10억원에 계약된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은마아파트 인근 한보미도맨션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2월 전세 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직전 거래인 지난 2020년 10월(11억원)보다 2억5000만원 낮고 지난 2019년(8억30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이미 2019년 수준까지 호가가 내려온 상황"이라며 "아무래도 30년 넘은 구축 아파트는 투자 목적이 짙어 실거주 비율이 낮기 때문에 전세 물량이 많고 하락장에서는 가격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강남구 개포동도 신축아파트 입주 물량 폭탄 예고에 인근 아파트 전세가격은 30~40%씩 하락했다.

개포동 개포래미안블레스티지 84㎡는 지난 2년간 최고 18억원까지 올랐으나 지난 9일 10억20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59㎡도 10억원을 웃돌던 전세가격이 지금은 호가 6억8000만원까지 나와 있다. 인근 디에이치아너힐즈 84㎡도 지난해 최고가 대비 6억원 가량 떨어진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의 1월 둘째 주(9일 기준) 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강남구 전세가격은 전주대비 1.10% 하락하며 지난해 8월부터 곤두박질치고 있다.

개포동 내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올해 입주물량이 대거 예고돼있다 보니까 지난해 말부터 전세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수억원씩 떨어졌다"며 "가격이 한 번에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현재는 하방지지선이 형성돼 그 가격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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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개포동 재건축 공사 현장. 사진=김기령 기자


대치동과 개포동은 서울의 대표적인 학군지로 통상 신학기를 앞둔 겨울방학 시즌이 되면 전세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소폭 상승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하지만 올해는 이 일대 전세가격이 급락하고 있는데 그 원인으로 올해부터 강남구에 예고된 입주 폭탄이 꼽힌다.

강남  주요 입주 예정 단지
단지명가구 수입주 시기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옛 개포주공4단지)
3375가구2023년 3월
대치푸르지오써밋
(옛 대치구마을1구역)
489가구2023년 5월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옛 개포주공1단지)
6702가구2024년 1월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입주 예정물량은 2만5729가구다. 이 중 6371가구(25%)가 강남구에 집중돼있다.

오는 3월 3375가구 규모의 ‘개포자이프레지던스(개포주공4단지 재건축)’가 입주를 시작하고 5월 ‘대치푸르지오써밋(489가구)’도 들어선다.

입주가 시작되면 잔금 마련에 마음이 급해진 집주인들이 싼 가격에 전세를 내놓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에 전세가격이 더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내년 1월에는 총 6702가구 규모의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개포주공1단지 재건축)’도 입주를 앞두고 있어 이 일대 전세가격 하방압력은 한동안 거셀 것으로 보인다.

전세가격 하락에 매매가격도 주춤하는 양상이다.

직방에 따르면 개포동 개포주공6단지 83㎡는 지난해 12월 19억원에 매매됐는데 지난해 1월 신저가인 28억원보다 9억원이 급락했다. 최근 한 달 내 매매된 전국 아파트 중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입주 물량이 많은 지역은 전세가격이 하락하게 되고 이에 따른 매매가격 하방 압력도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다만 학군지 특성상 대기 수요가 많다는 점은 가격 회복 속도를 올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세가격 하락이 매매가격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입주 물량이 많은 지역 중심으로 이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하지만 강남은 타 지역보다 학군 수요나 직주 근접 수요가 높은 지역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 회복력은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girye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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