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바이 코리아'에 개인은 3조원 순매도...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1.16 17:30

코스피 연일 상승...원화 강세, 중국 리오프닝 수혜로 외국인 '리턴'



외국인 산만큼 개인은 팔았다...순매수, 순매도 상위 종목도 비슷



"투자 시각 차라기보다 외인 매수 의지 높은 것...개인도 따라해야"

2023011601000802900035631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최근 코스피 지수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매수세에 힘입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원화 강세, 중국발 정책 수혜 기대감이 ‘바이 코리아(Buy Korea,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수)’를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연초 이후 3조원 규모를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 중심으로 팔아치우는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그간 저평가된 국내 초대형주들이 다시 투자 매력을 보이고 있으며,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에 개인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13.77포인트(0.58%) 오른 2399.86에 마감했다. 올해 들어서만 7.31% 상승했으며, 지난 4일 이후 9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초 이후 총 3조1510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외국인은 이달 총 11거래일 중 하루(10일)를 제외하고 매일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 이는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인한 국내 시장 수혜 ▲미국 연방준비제도 긴축 재정 완화 기대감에 의한 달러 약세가 주요인으로 꼽힌다. 이날 기준 원·달러 환율은 1237.50원으로, 최고점이었던 지난해 10월 14일(1442.50원)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다. 동 기간 기관 투자자들도 1701억원을 사들여 코스피 지수 상승에 기여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연초 이후 3조2756억원을 순매도해, 외국인이 사들인 만큼 팔아치웠다. 대신 코스피200 지수의 일별 수익률을 2배수만큼 역방향 추종하는 KODEX200선물인버스2X(4139억원)을 가장 많이 매수했다. 작년 코스피 지수가 단기 랠리 후 급락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기 때문에, 이번에도 선제적으로 지수 하락에 베팅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오랜 금리 인상 후폭풍으로 올해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만큼, 주가가 조금이라도 올랐을 때 빠른 수익 실현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외국인과 개인 간 온도 차는 순매수, 순매도 상위 종목에서도 나타난다. 연초 이후 이날까지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9864억원), SK하이닉스(3799억원), 신한지주(1553억원), 포스코홀딩스(1473억원), 하나금융지주(1444억원), 현대차(1430억원), KB금융(1198억원)이었다.

반면 동기간 개인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 역시 삼성전자(-1조306억원), 하이닉스(-5189억원)로 1, 2위가 똑같았다. 현대차(-2208억원)는 네 번째였다. 다섯 번째로 많이 순매도한 것은 KB금융(-2147억원)으로, 신한지주(-2109억원), 하나금융지주(-2008억원) 등 금융주가 뒤를 이었다.

이같은 현상은 외국인과 개인 간 투자 시각차가 아닌, 강한 ‘바이 코리아’ 강도를 반증한다는 평가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주식시장에서의 수급은 제로섬인만큼, 저평가된 국내 시장을 노린 외국인들의 매수 강도가 그만큼 강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들이 사들인 종목을 보면 코스피 시장의 주요 초대형주"라며 "작년 큰 주가 하락을 버틴 개인들이 외국인의 강한 수급 속에서 투자 전망과는 별개로 차익 실현을 위해 판 것"이라고 덧붙였다.

clip20230116163451

▲자료=구글


증권업계에서는 이런 외국인들의 매수 동향에 개인 투자자들이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들의 올해 전망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주는 지난 한 해 글로벌 재고 누적에 따른 수요 악화로 부진을 겪었으나, 올해 하반기 이후 수요가 회복하며 업황이 상승 사이클을 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대차는 작년 전기차 등 신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을 얻으며 해외 판매고가 증가했고, 올해 판매 실적도 전년 대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주는 코스피 시장에서 전통적으로 저평가된 업종이며, 배당락 이후 저가 매력이 더욱 부각됐다. 또 지난해 금리 상승 기조에 힘입어 연간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고, 올해도 호실적을 거둘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 팀장은 "외국인들은 방향성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 ‘바이 코리아’처럼 강한 수급이 들어올 경우 개인들도 투자 실패 가능성이 비교적 낮다"며 "특히 이달 주식을 매수하면 미 연준의 최종 금리 인상, 중국의 정치 이벤트를 거쳐 4월경 수익이 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한편 개인투자자들은 카카오(-2552억원)와 네이버(-1555억원)를 각각 세 번째, 아홉 번째로 많이 매도했다. 이들은 삼성전자와 더불어 작년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이지만, 주가는 작년 내내 50%가량 하락하는 등 부진했다. 그러던 차에 올해 들어 주가가 각각 20%, 12%가량 급등하자 급히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대체로 작년에 많이 샀던 것들을 올해 1년 내내 파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카카오와 네이버를 바닥에서 산 투자자들이 최근 주가 상승을 차익 실현 기회로 활용할 수 있었다고 추론해 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


suc@ekn.kr
성우창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