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결된 매도주문 그대로 표기돼
일부 투자자는 중복매도 주문
즉각 대응 이뤄져 실질 피해 無
금감원"차후 대응 논의"
증권업계 "사실상 완전 방지 어려워...'유령주식'은 아냐"
![]() |
▲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최근 미래에셋증권에서 전 거래일에 매도한 주식이 잔고에 남아있는 것으로 표기되는 전산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일부 계좌주들은 해당 주식에 대해 중복된 매도 주문을 넣기도 했다. 다행히 미래에셋증권이 신속한 대응에 나선 결과 실질적인 재산 피해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금감원 측에서는 자체 내부 수습 및 조사 보고를 마치는 대로 대응 방침을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사고 원인을 전산 처리 과정에서 일어난 직원의 실수라고 보고 있으며, 이를 완전히 방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전 8시 20분부터 약 20분 동안 미래에셋증권 계좌에서 전 거래일에 매도된 주식이 여전히 잔고에 남은 것으로 표기되는 전산 오류가 발생했다. 해당 시간은 아직 장이 열리기 전 시간 외 거래가 가능한 시간으로, 미처 매수주문이 체결되지 않은 것으로 오인한 투자자들에 의해 136건(약 6억9300만원)의 중복 매도 주문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주식 결제일이 주문 체결일로부터 이틀 후(T+2)고, 중복 매도 주문을 넣은 계좌주들에게 연락을 돌려 매매 취소를 유도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고객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이번 사고의 원인은 전산 시스템상 오류가 아닌 담당 직원에 의한 실수라는 입장이다.
통상 증권사는 장 종료 후 매매 체결 금액과 주식 수량을 대조하는 정리 작업을 진행한다. 이때 과정 대부분은 프로그램에 의한 일괄 작업이 진행되지만, 일부 담당 직원이 개입해야 하는 일부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현재 정확한 원인 규명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내부 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곧 이에 대한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현재 정확한 사고 원인, 피해 규모 파악 등 수습 단계가 진행 중"이라며 "다행히 실질적인 피해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고객의 신뢰 회복과 재발 방지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말했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주식 매매는 전산화 시스템에 의해 자동으로 관리되지만, 유지 보수 등 일부 과정에서 사람 손을 타게 될 것"이라며 "이번 설 연휴 기간 한국거래소의 호가단위 변경 및 차세대 시스템 적용 등에 의한 변경 사항이 생겼는데, 아마 이것을 시스템에 반영하려다가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귀띔했다.
![]() |
▲미래에셋증권 본사 전경 |
금융감독원에서는 우선 미래에셋증권의 수습 과정이 마무리된 후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현시점에서는 시스템상 오류보다 직원의 실수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단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고를 맡을 부서가 금융투자감독국과 IT감독국 중 어느 곳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전산 사고에 대해서는 IT검사국이, 유령 주식이나 공매도에 관한 문제는 금융투자검사국에서 맡고 있다"며 "미래에셋증권으로부터 정확한 사고 보고 내용을 받는 대로 이를 검토하고, 그에 따라 현장 검사 등 대응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미 증권사마다 고도화된 전산화 시스템이 마련됐지만, 일부 과정에서 직원의 개입이 필요한 이상 재발 방지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100% 완전 자동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 알려진 내용만으로는 불분명한 부분이 많아 속단은 금물"이라며 "하지만 어떤 시스템이든 사람의 손길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고, 사람이 다루는 이상 실수가 있을 수밖에 없어 재교육 및 시스템 재점검 외 답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단 이번 사고에 대해 ‘유령 주식’이라고 부르는 데 대해서는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과거 삼성증권에서는 전산상 들어온 것으로 잘못 표기된 주식이 실제 매도까지 된 사례가 있었는데, 이런 위조 주식을 유령 주식이라고 표현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미래에셋증권에서의 사고 역시 유령 주식 사태와 마찬가지라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 유령 주식 사태는 법령과 정관을 위반한 불법 위조 주식이 발행될 수 있다는 점이 밝혀졌고, 실제로 매도가 이뤄져 논란이 됐던 것"이라며 "이번 미래에셋증권에서의 사고는 이미 매도 주문이 체결된 잔고가 전산 지연으로 보였던 것이고, 중복 주문은 신속히 취소됐기 때문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