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계약 속출에 무순위청약 단지 증가
‘줍줍’은 옛말…접수 여부 놓고 고민
"미계약 원인·금융 지원 혜택 따져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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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 시장 한파에 미계약 물량이 급증하면서 무순위청약을 진행하는 단지가 늘어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기사와 무관함. 사진=김기령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최근 주요 분양 단지에서 미계약이 급증하면서 무순위청약 물량이 대거 예고돼 있는 가운데 청약 접수 여부를 두고 고민하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무순위청약은 ‘줍줍’으로 불리며 경쟁이 치열했지만 분양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수요자들도 신중해진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집값 하락 시기인 만큼 미계약이 나온 원인을 여러 측면에서 분석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9일 분양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국 주요 분양 단지를 중심으로 정당계약과 예비당첨자계약에서 모든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무순위청약으로 넘어가는 물량이 많아지고 있다.
서울 마포구 ‘마포더클래시(아현2구역 재건축)’는 오는 30일 미계약분 27가구에 대한 무순위청약 접수를 시작한다.
청약 자격은 마포더클래시 기존 당첨자와 부적격 당첨자를 제외한 서울시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마포더클래시는 지난해 12월 1순위 청약에서 총 53가구 모집에 1028명이 접수하면서 평균 경쟁률이 19대 1을 기록하는 등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실제 계약을 진행한 결과 27가구가 무순위청약 물량으로 나오면서 실제 계약률은 40%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분양 당시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데다 후분양 단지인 탓에 촉박한 잔금 납부 일정에 부담을 느낀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해당 단지 분양가격은 3.3㎡당 4013만원으로 전용 84㎡는 분양가가 최고 14억1700만원까지 책정됐다.
한때 ‘10만 청약설’까지 나오며 청약 완판 기대를 모았던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은 지난 3일부터 17일까지 약 2주간 정당계약을 진행했으나 계약률이 70%대를 기록하면서 약 1400가구가 미계약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과 시공단에 따르면 미계약분은 예비당첨자를 상대로 2월 초 추가로 계약을 진행하고 이후 발생하는 미계약 물량에 대해서는 2월 말이나 3월 중 무순위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무순위청약은 본 청약 단계에서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하거나 부적격 당첨자로 판단되는 경우 발생하는 미계약 물량에 한해 다시 청약 접수를 받아 당첨자를 뽑는 것을 말한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추첨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청약 가점이 낮아 청약에서 매번 고배를 마셨던 이들도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다음달부터는 무순위청약 자격 조건도 완화된다. 기존에는 무주택자에게만 무순위 청약에 접수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지만 다음 달부터는 다주택자도 접수할 수 있고 전국 단위로 자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일 보유 주택 수와 관계없이 누구나 무순위 청약에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올림픽파크 포레온을 비롯해 다음 달 이후로 무순위청약을 진행하는 분양 단지는 완화된 제도에 따라 무순위청약 접수를 전국 단위 다주택자로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정부가 무순위청약 자격 요건을 완화한 데는 주택 시장 침체에 급증하는 미분양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실제로 수요자들이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세보다 분양가가 높아질 수 있고 고금리도 수요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입주 시점에 시장 분위기가 좋아질 수도 있지만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금리 충격이 당분간은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인근 시세와 비교해 가격적인 메리트를 판단해야 하고 옵션 비용 지원이나 금융 혜택 등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gir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