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下) 美·유럽·日 해외 성공사례의 교훈
보스턴에 빅파마 19개 포함 1700개사 입주
美·유럽, 기업-대학-병원 생태계 구축 연대
中·싱가포르 국가주도 클러스터 모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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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바이오클러스터 ‘싱가포르 바이오폴리스’ 전경. 사진=한국보건산업진흥원 |
국내 바이오업계가 코로나를 계기로 높아진 글로벌 위상과 정부의 잇따른 지원 약속과는 정반대로 심각한 생존위기에 직면해 있다. 주된 원인은 글로벌 고금리에 따른 ‘돈 가뭄’ 탓이다. 특히 바이오 생태계에서 ‘새싹’ 역할을 하는 벤처기업의 고사 위기가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팽배하다. 국내 바이오업계가 처한 현실과 해외 주요국 동향을 전문가 진단으로 짚어보고, 처방도 총 3회로 나눠 제시해 본다. <편집자 주>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융복합 산업인 바이오산업은 ‘K-스마트시티’ 산업에 비유된다. 스마트시티가 단순 주택건설을 넘어 교통·에너지 등 IT 인프라와 주거문화까지 패키지로 수출하듯이 바이오산업 역시 의약품을 넘어 화장품·의료기기 등 제조업과 의료서비스 등을 패키지로 육성·수출할 수 있다.
바이오산업은 기업·연구소·대학·병원 등이 한 곳에 밀집한 클러스터 형태로 성장하는 것이 효율적인데 세계 주요 바이오클러스터(Bio Cluster)는 거대 제약사 또는 병원, 대학·연구소, 공공기관 중 어느 한 기관 이상이 앵커(주축) 역할을 맡아 전체 클러스터의 성장을 이끄는 것이 공통적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등에 따르면 미국, 유럽 등 ‘혁신선도국’의 바이오클러스터는 기업·대학·병원 등 민간부문이 선도해 자생적으로 형성됐다.
세계 최대인 미국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는 1970년대부터 하버드대·메사추세츠공과대(MIT) 등 대학이 앵커 역할을 맡아 형성됐다. 여기에 화이자 등 세계 톱 20 빅파마(거대 제약사) 중 19곳이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에 연구소를 두고 있다.
보스턴에 이어 2위인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만) 바이오클러스터’는 1976년 세계 최초의 바이오기업 ‘제넨텍’ 설립을 계기로 형성됐다. 이곳에는 세계 최대의 지역 생명과학 협회로 불리는 비영리단체 ‘커넥트(CONNECT)’가 1985년 결성돼 투자금 유치 등 1700여개 입주기업의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밖에 미국 ‘텍사스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는 세계 최대 어린이병원인 텍사스어린이병원이, 네덜란드 ‘레이든 바이오사이언스 파크’는 네덜란드 최고(最古) 대학인 레이든대가 앵커기관이 돼 자생적인 바이오생태계 단지로 성장했다.
반면 일본, 싱가포르 등은 주로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앵커역할을 맡아 바이오클러스터를 발전시켰다.
일본 고베시 ‘고베 바이오메디컬클러스터(KBIC)’는 1999년 일본 후생노동성과 고베시 등이 주도해 형성된 클러스터로, 재생의학 등 고령인구 대상 의약품·의료기기 연구개발을 중심으로 400여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싱가포르 ‘바이오폴리스’는 2003년 싱가포르 정부의 ‘바이오메디컬 이니셔티브’ 정책에 따라 조성된 바이오클러스터로, 특히 규제기관의 신약 승인 기간을 1년 이내로 단축하고 익명화된 개인 병리데이터 활용을 허용하는 등 파격적인 규제완화로 머크, 론자,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기업의 연구시설을 다수 유치한 것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 역시 1970년대 자생적으로 형성됐지만 1985년 설립된 비영리 지원기관 ‘메사추세츠 바이오테크놀로지 위원회(MassBio)’와 2000년대 들어 메사추세츠 주정부가 설립한 ‘메사추세츠 생명과학센터(MLSC)’가 촉매제 역할을 했다.
나아가 미국은 국가 주도의 바이오산업 육성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현재 미국은 지난해 9월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에 대한 업계와 학계 등 전문가의 의견을 백악관이 주도해 수렴 중이다.
중국 국가개발개혁위원회(NDRC)는 지난해 7월 기준 ‘바이오경제 발전 5개년 계획’에 따라 생명과학·농업·에너지·재료 등 광범위한 바이오산업의 주요 프로젝트에 총 1045억달러(약 130조원) 가량의 투자를 이미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미국, 유럽 등 ‘선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일본, 싱가포르, 중국 등과 같은 ‘추격국’으로 분류되는 만큼 정부 주도의 바이오클러스터 육성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제조기업 중심의 인천 송도, 벤처창업 중심의 서울 홍릉, 기초연구 중심의 대전 등 특성에 맞는 차별화 지원은 물론 지역 클러스터간 연계와 해외 클러스터와의 전략적 제휴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업계는 조언하고 있다.
kch005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