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금융·자동차株 '싹쓸이'...外人 코스피 유입 지속될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1.31 15:38

1월 외국인 투자자 약 7조원 순매수

2013년 이후 최고



미국 금리정책 기대감이 투심 이끌어

코스피 초대형주 위주 매수

2월 FOMC 미지수..."단기 급락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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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 사진=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7조원 가까이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 10년 만에 최대 규모다. 미국의 금리 정책 변화 기대감에 따른 원·달러 환율 하락,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슈가 외국인 유입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외국인들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 그중에서도 반도체, 금융, 자동차 관련주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단 증권업계에서는 이 같은 외국인 매수세가 미래 기대감에 의존한 경향이 크며,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에 따른 단기 급락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1.04% 하락한 2425.08로 마감했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3167억원, 1584억원을 사들인 반면, 외국인은 4849억원을 팔아치우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미국 현지 시각 31일부터 개최될 2월 FOMC 회의를 앞두고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다소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매도세를 보였지만, 외국인은 올해 들어 국내 주식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 이달 2일부터 전날까지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총 7조206억원인데, 월 단위 기준으로 지난 2013년 9월(7조6361억원) 이후 약 10년 만에 최고치다. 동 기간 코스피 지수는 9%가량 올랐다. 이달 외국인은 이달 11일부터 30일까지 약 12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역시 작년 9월 29일~10월 19일(13거래일) 이후 최장기간 기록에 해당한다. 순매도를 기록한 날은 이날(31일)과 지난 10일(-22억원) 단 이틀밖에 없었다.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 몰려온 이유는 ‘원·달러 환율 하락’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이날 오후 기준 원·달러 환율은 1231.50원을 기록했는데, 작년 10월 31일(1431원) 대비 급격히 낮아지며 국내 증시의 투자 매력이 부각됐다. 원화 강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곧 금리 인상을 마무리하고, 연내 금리 인하까지 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3기 집권 이후 진행되고 있는 중국 리오프닝 이슈에 의한 반사이익도 국내 증시가 가진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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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일~30일 국내 증시(코스피, 코스닥, 코넥스)에서의 외국인 투자자 순매수 상위 종목 10개사(단위 주, 100만원). 자료=한국거래소


이달 들어 전날까지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2조6395억원)였다.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9% 급감한 4조3000억원으로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그러나 연간 매출 302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썼으며, 올 하반기부터 주력 사업 부문인 반도체 업황 개선이 기대되자 투자 매력이 돋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들의 두 번째 순매수 상위 종목도 같은 반도체주인 SK하이닉스(6597억원)였다.

순매수 상위 종목 3, 4위는 신한지주(2637억원), 하나금융지주(2299억원)였다. 같은 금융주인 KB금융(1666억원), 우리금융지주(770억원)도 각각 7번째, 19번째로 많이 사들였다. 이들 금융지주사는 최근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주가도 탄력을 받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 등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환원 규모 확대를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고, 지난 2일 신한지주가 자본 비율 12%대를 초과한 부분은 주주환원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밝히면서 주주친화 정책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은행 배당의 자율성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점도 주가 전망에 긍정적이다. 작년 악재로 작용했던 원·달러 환율 상승에 의한 외화환산 손실도 올해 환율 하락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5번째로 최다 순매수한 것은 현대차였다. 같은 완성차 업체이자 계열사인 기아(1417억원) 역시 10번째 많이 사들였다. 현대차와 기아는 작년 4분기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며, 올해 들어 전날까지 주가도 각각 12.58%, 15.68% 올라 상승세다. 현대차는 올해 연간 판매량 목표를 432만1000대로 제시했는데, 이러한 목표치는 수요 부진에 대한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해 연간 순이익은 전년 대비 12.6%, 기아는 20.9% 증가할 것으로 집계됐다.

단 앞으로도 외국인들이 계속해서 증시에 유입될지는 미지수다. 증권업계에서는 곧 있을 FOMC 회의에서 시장의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올 경우 급격한 단기 매도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현재 코스피가 과매수 구간에 들어섰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달러화 강세가 진정되니 환율도 진정됐고, 그에 따른 영향으로 외국인 수급이 개선되고 주가가 회복된 것"이라며 "이런 달러의 흐름은 기준금리 흐름과 동행해야 하는데, 금리 인하 기대감이 돌긴 하지만 현재 그런 상황이 아닌 만큼 기대가 현실을 앞서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su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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