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업계, 작년 고유가·경기 침체·수요 부진 탓에 실적 '낙제점' 받아
중국 리오프닝 재개…강도와 속도에 따라 석화업계 희비 가를 듯
[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 기자] 석유화학업계의 실적 반등에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해 고유가 기조와 수요 위축 등 글로벌 불황으로 바닥터널을 지나야 했던 가운데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재개)으로 공급 증가 가능성까지 점쳐지기 때문이다. 석화업계는 올해 실적 향방을 두고 중국이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면서, 일각에선 상반기까진 부진하지 않겠느냐고 예측하고 있다.
8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 부진을 겪은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 국내 주요 석화업체들이 올해 실적 전망에 신중한 모습이다. 최근 LG화학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0.4% 줄어든 2조9957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롯데케미칼의 상황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특히 상반기까진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계속되는 경기 침체 속에 국제유가 변동성과 에틸렌 스프레드의 하락, 중국의 증설 등의 요인이 산재해 있어서다.
실제로 페트로차이나 경제기술연구원 등의 자료를 보면 중국 기업이 지난해 증설한 에틸렌 물량은 565만t이다. 앞으로 3년간 완공할 에틸렌 증설 물량은 1755만t에 이른다. 규모만 따져봐도 한국의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을 훌쩍 뛰어 넘는다.
이러한 가운데 에틸렌 스프레드 역시 손익분기점에 한참 뒤쳐저 있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NCC 기업의 수익성을 가르는 핵심 지표다. 지난달 기준 에틸렌 스프레드는 t당 113달러를 기록, 통상적인 손익분기점 300달러대의 절반도 되지 않은 수준을 보였다.
이러한 다양한 요인에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 석화업계는 ‘국내 업체의 실적 개선은 중국의 향후 행보가 최대 변수’라고 입을 모은다. 중국의 경제활동 속도에 따라 실적 반등의 수혜로 작용할 수도, 혹은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위협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실적은 중국의 경제 정책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본다"면서"중국의 리오프닝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상반기까진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유가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50∼60달러)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고, 세계적으로 경기 활성화가 돼야 석화부문의 반등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석유화학 시황에 가장 중요한 변수는 ‘중국의 수요 복원 강도’일 것으로 본다"며 "1월 중국의 코로나 확산과 춘절 연휴로 석화제품에 대한 실질 수요 거래는 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