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팰리스 고가 매입 후 매입임대 정책 취지 ‘흔들’
경실련, 기자회견서 5년간 서울·경기 5조8000억 매입 발표
건설원가 수준 매입·가격정보 공개·철저한 감사 요구
LH, 택지 부족·주택 안정화 위한 매입임대 정당성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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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경실련이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LH의 서울·경기 매입임대 가격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입장을 9일 밝혔다. 사진=김준현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년 1조원이 넘는 혈세로 미분양을 포함한 매입임대 주택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대부분이 시세를 반영한 고가에 매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이를 두고 건설사 이익 챙겨주기와 가격 거품을 떠받치는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9일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연합회 기자회견 발표에 따르면 LH가 최근 고가에 매입해 논란이 된 강북 수유팰리스 매입가격이 가구당 2억2000만원, ㎡당 920만원으로 공공이 직접 건설한 공공아파트 원가보다 2배 정도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SH 서울주택도시공사가 공개한 고덕강일 4단지 ㎡당 건설원가가 수유팰리스 대비 56%인 512만원, 오금 1단지 ㎡당 원가는 53%인 486만원으로 기록됐다. 현재 택지가 없어 건설임대를 서울에서 진행하기 힘드나 강제수용한 공공택지 아파트를 굳이 직접 활용하지 않고 민간에 매도하는 근본적 문제도 언급했다.
혹여나 택지부족으로 공공주택 신축 공급이 어렵다면 매입가격을 분양 매입기준으로 삼을 것이 아니고, 건설원가를 반영해 감정평가해야 매입임대 제도 취지에 부합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LH가 문재인 정권 집값이 가장 급등할 때 집중적으로 매입임대를 확대한 것이 재차 수면 위로 올라왔다. 지난 2021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자료에 따르면 2016년 3700억원을 들여 2318가구를 매입한 것에 비해 2019년에는 2조1691억원을 들여 4348가구를 매입해 금액이 다섯 배가 증가했다.
게다가 매입임대에 대한 공동주택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이 2018년 68.1%였는데 2020년엔 69%로 변동된 가격에 매입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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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 매입임대 아파트 구입 금액과 SH 공공아파트 건설원가 비교. 경실련 |
경실련은 이날 100억원 이상 주택을 매입한 사례도 살폈다. 서울 강동구 성내동 도시형생활주택은 총 149가구인데 건물을 통으로 매입해 615억원 들었다. 수원에선 정자동 아파트는 443억원(153가구), 금곡동 오피스텔은 419억원(180가구)이 들었다. 이어 서울 강남구 세곡동 오피스텔에서 84가구를 343억원에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가격실태 발표와 함께 경실련의 매입임대 제도개선 입장도 전달했다. 이들은 매입임대가 혈세를 낭비하는 정책이 되지 않으려면 고가 매입을 막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며 건설원가 수준으로 매입하고, 감정평가 방식을 개선하거나 경매방식 등을 활용할 것을 주장했다.
또한 매입임대 주택 주소와 가구 수, 가격 등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건의했다. 다만 매입임대 소재지 공개로 낙인효과가 찍히는 입주자의 불편도 개인정보 보호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이 외에도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LH 고가 매입관련 감찰을 지시하겠다고 밝혔듯, 감사원이 철저하게 가격검증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원희룡 장관이 ‘내 돈이었으면 안 샀다’ 말처럼 미분양 매입이 건설사 특혜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매입급액 산정 기준을 사전에 공론화하고 매입금액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LH도 할 말이 있다. LH는 정부 정책방향에 따라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공공임대 주택을 매년 확대하고 있다. 매입임대주택은 직주근접과 도심 내 주택 수요자를 위한 공공성 주택 확보 차원의 일환인 필수 사업이기 때문이다.
LH 관계자는 "집값이 급등할 당시 주거불안을 겪는 국민들이 많아져서 이럴 때 공공의 역할은, 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안정적으로 거주할 공공주택을 확보하고 공급하는 것이 의무다"라고 말했다.
또한 "건설임대는 대규모 택지개발 사업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서울과 수도권은 그린벨트 해제 등이 전제되지 않는 한 추가적인 택지 확보는 힘든 상황에서 대안으로 추진하는 것이 매입임대와 전세임대다"고 강조했다.
kjh123@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