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작년 연간 순이익 가운데 우리銀 비중 84% 달해
신한, KB 등 은행-비은행 계열사 포트폴리오 균형 대조적
우리금융 자회사 CEO 인사 단행, 비은행 강화 해법 모색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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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취임 직후부터 비은행부문 강화라는 커다란 과제를 마주하게 됐다. 우리금융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수익의 상당 부문이 우리은행에서 나왔던 만큼 인수합병(M&A)을 포함한 비은행 강화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 더욱 절실해졌다는 평가다.
◇ 우리금융, 전체 순이익 84%가 우리은행...비은행 계열사 ‘미미’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해 연결 기준 3조1693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대비 22.47% 증가한 수치이자 사상 최대 실적이다.
다만 세부 내용을 보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작년 연간 순이익 가운데 우리은행의 순이익이 2조9198억원으로 83.9%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비은행 계열사 순이익 합계는 5615억원으로 전체 순이익 중 16.1%에 그쳤다. 세부적으로 보면 그룹 내 비이자이익은 2021년 1조3580억원에서 지난해 1조1490억원으로 15% 감소한 반면 이자이익은 24.5% 증가한 8조6970억원을 기록했다. 우리은행 기업대출이 158조원으로 전년 대비 7.6% 성장한 것이 전체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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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우리금융지주 계열사별 당기순이익 비중.(자료=우리금융) |
우리금융은 지주사 출범 이후 M&A를 통해 비은행 계열사를 꾸준히 늘렸지만, 여전히 우리은행의 뒤를 이을 간판 비은행 계열사는 없는 상황이다. 우리금융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우리카드는 작년 순이익이 2044억원에 그쳤다. 우리금융캐피탈(1833억원), 우리종합금융(918억원), 우리자산신탁(603억원) 등도 여전히 존재감이 약하다.
우리금융과 달리 신한금융, KB금융은 지난해 주식시장 침체에 따른 증권수탁수수료 감소로 증권 계열사의 실적이 부진했음에도 이를 보험, 카드, 캐피탈 등 다른 비은행 계열사가 상쇄하면서 은행과 비은행 간에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를 유지했다.
일례로 신한지주는 지난해 4조6423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는데, 이 중 은행과 비은행부문이 각각 61%, 39%를 차지했다. KB금융은 지난해 연간 비은행부문 수수료이익 비중이 66.7%로 전년(67%)과 유사했다. 과거에는 신한금융, KB금융 역시 전체 수익 가운데 대부분이 은행 중심이었고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는 보조 역할에 그쳤는데, 이제는 비은행 비중이 커지면서 은행과 비은행 간에 견고한 포트폴리오를 유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 임종룡 내정자, 자회사 CEO 인사 및 비은행 강화 해법 모색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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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
이에 따라 금융권 안팎에서는 임종룡 회장 내정자가 다음달 취임 직후부터 비은행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해법들을 모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금융 14개 자회사 가운데 우리카드를 비롯해 우리금융캐피탈, 우리종합금융, 우리카드, 우리자산신탁 등 9곳의 CEO 임기가 만료된 만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고 계열사 CEO 인선을 마무리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증권사 등 M&A 역시 다각도로 모색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종룡 내정자가 취임 이후 해결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M&A를 포함한 비은행 역량 강화"라며 "임 내정자는 조직 관리뿐만 아니라 그룹의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우리금융을 다른 지주사와 대등한 규모로 키우는 것이 중차대한 과제"라고 밝혔다.
그룹 내부적으로는 임 내정자가 우리금융 내부 인사가 아닌 외부 출신인 만큼 자회사 CEO 인사 규모나 폭을 예상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우리금융 한 관계자는 "임 내정자가 외부 인사를 계열사 CEO로 발탁할지, 혹은 기존 CEO를 유임시킬지 등을 전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에 선임되는 계열사 CEO는 (임 내정자 취임 직후) 손발을 맞출 인물들인 만큼 인사 시기보다는 대상자를 선택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비은행 부문 강화는 회사의 계속된 숙원"이라며 "임 내정자도 손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수익원 다변화,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을 연속성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임 내정자는 이날 오전 중구 회현동 우리금융 본사에 있는 노동조합 사무실을 방문해 박봉수 우리금융 노조위원장을 만났다. 임 내정자와 박 위원장은 향후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한편 성숙한 노사 관계를 만들기로 의견을 모았다.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