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실적 타격 불가피...ASML EUV 장비 가격 상승
TSMC, 올해 1분기 매출 전년 동기대비 0.4~4.9% 감소 전망
▲1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세계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0.4%에서 4.9% 감소한 167억∼175억달러로 예상했다. |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시장에도 ‘반도체 한파’가 불며 수익성 확보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경기 침체로 반도체 주문량이 감소하면서 시장이 점차 위축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첨단 공정 장비를 중심으로 가격이 치솟으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세계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0.4%에서 4.9% 감소한 167억∼175억달러로 예상했다. 글로벌 수요 둔화로 TSMC가 매출이 감소하는 건 4년 만이다.
파운드리 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주요 고객사가 주문량을 줄이거나 철회하면서 경기 악화 여파가 가시화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파운드리 시장이 지난해와 비교해 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만 정보기술(IT) 매체 디지타임스는 최근 올해 1분기 TSMC 공장 가동률이 대폭 하락하며 매출이 전분기 대비 15%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삼성전자 역시 올해 상반기 사업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정기봉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고객사 재고 조정 지속으로 가동률이 하락하고 실적도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차세대 공정 진입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반도체 장비 가격이 지속 상승하는 점도 부담이다.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이 차세대 공정 확보를 위해 장비를 주문했지만 해당 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ASML이 연간 40여 대 규모밖에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ASML은 EUV 장비를 3000억원 정도에 판매하지만 최근 차세대 장비인 ‘하이 NA’ EUV 장비는 가격이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선단 공정을 선점해야만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TSMC와 삼성전자 등 일부 업체가 장비 조달에 수조 원을 지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는 전형적인 수주형 사업으로 고객사 수요에 발맞춰 얼마나 품질이 좋은 반도체를 적기에 생산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라며 "경쟁사보다 빨리 선단 공정을 도입하고 생산 효율을 높인다면 고객사를 단기에 확대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업계는 올해 하반기로 접어들며 시장 상황이 개선되는 조짐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HPC와 데이터센터, 차량용 반도체 등이 수요 회복을 이끌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삼성전자는 선단 공정 투자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정기봉 부사장은 "차세대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경쟁력을 바탕으로 3나노 2세대 신규 고객 수주를 확대하고 2나노 1세대 개발에 집중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TSMC도 하반기를 시작으로 올해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하반기에는 인공지능(AI) 같은 기술을 포함한 제품에 힘입어 사업이 반등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며 "올해 전체 반도체 산업은 다소 내림세를 보이겠지만 TSMC는 조금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밝혔다.
jinso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