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수장 선임 앞둔 신한·우리금융지주...국민연금은 '무사통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2.15 16:54

신한·우리금융, 주총서 CEO 신규 선임

국민연금, 금융지주 최대주주 및 주요 주주



금융사 CEO 교체...정부 암묵적 의중 영향

반대표 행사할 경우 정부 의중 가늠 '혼란'

jn1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사진 왼쪽),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오는 3월  금융지주사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선임 안에 대해 ‘찬성표’를 행사할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이미 금융지주사들이 당국의 메시지 등 대외적인 기류에 따라 결과적으로 CEO를 교체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다시 반대표를 행사하는 것은 금융사 입장에서 어불성설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표심에 대한 긴장감이 떨어진 배경에는 해당 기관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바탕으로 사실상 정부의 의견을 대리한다는 업계의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가운데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CEO가 교체되는 곳은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두 곳이다. 우리금융은 3월 24일로 예정된 정기주총에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를 사내이사로 선임한다. 안건이 가결되면 임 내정자는 임기 3년의 우리금융 회장직에 오른다. 신한지주도 우리금융과 비슷한 시기인 3월 마지막주에 진옥동 회장 내정자를 사내이사로 선임한다. 해당 안건이 통과되면 진 내정자 역시 2026년 3월까지 신한금융 회장을 맡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금융지주사는 국민연금의 표심을 주목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은 주요 금융지주사의 최대주주이자 주요 주주인 만큼 의결권 행사 과정과 그 방향이 다른 주주들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작년 3분기 말 기준 신한지주 지분 8.2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국민연금의 우리금융 지분율은 7.86%로 우리사주조합(9.48%)에 이은 2대 주주다. KB금융과 하나금융도 각각 7.97%, 8.4% 들고 있다.

그간 국민연금은 2020년 3월 주총에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 지난해 3월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에 대해서는 찬성했지만, 신한지주 주요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에 대해서는 기업가치 훼손에 대한 감독의무 소홀 등을 이유로 반대표를 행사했다.

e32

▲국민연금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국민연금이 이전 사례처럼 금융지주사 CEO 선임안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CEO 선임에 반대표를 던졌던 주요 금융지주사 수장이 올해 3월 정기주총에서 대거 교체되기 때문이다.

특히나 금융사들이 CEO를 교체한 배경에는 지배구조 개선, CEO 거취에 대한 금융당국의 메시지가 일부 영향을 미친 만큼 국민연금이 반대할 이유는 마땅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당국이 금융지주사 회장 선임 혹은 장기 연임에 대한 불편함을 내비쳤고, 금융사들도 결국 CEO를 새로운 인물로 발탁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다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KT도 CEO를 재공모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긴장감이 크지 않은 것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사실상 정부의 의견이라는 불신이 강한 영향도 있다. 즉 금융사들이 CEO를 내부 혹은 외부 사람으로 교체한 상황에서 다시 국민연금이 CEO 선임 절차의 투명성을 지적할 경우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의중을 가늠하는데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사 CEO가 대거 교체된 배경에는 정부의 의중이 있었다는 추측이 암암리에 있는 상황에서 이제와서 정기주총 안건에 대해 국민연금이 반대하는 것은 (금융사 입장에서) 설득력에 의구심을 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은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우리사주조합의 표심도 임 내정자 선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금융 노조는 당초 임 내정자의 회장 선임에 반대했다. 다만 지난주 임 내정자가 노조와 만나 성숙한 노사 관계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만큼 이러한 기류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임 내정자가 민관을 두루 거친 금융전문가인 만큼 (우리금융 내부적으로는) 일단 임 내정자를 믿어보자는 분위기가 강한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ys106@ekn.kr
나유라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