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행동주의 펀드, 말 많고 탈 많아도 그대들만 할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2.16 15:04

성우창 금융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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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증권을 비롯한 경제 기자라고 한다면 ‘친기업’ 이미지가 있다. 일리는 있다. 취재처인 만큼 스킨십도 많고, 일종의 ‘공생관계’를 구성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생각보다 많은 기자들이 오늘도 사명감을 가지고 공정한 취재·보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개인적으로 ‘반기업, 친주주’ 적 입장을 갖게 하는 이슈가 있다. 얼라인파트너스 자산운용을 비롯한 행동주의 펀드에 관해서다. 특히 올해 들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얼라인파트너스는 강력한 주총 의결권을 과시하며 금융지주에 지배구조 개선 및 배당 확대를 요구했고, 대부분의 금융지주가 이를 수용하는 태도를 취했다.

가장 ‘핫’한 이슈는 아무래도 SM 엔터테인먼트와 관련한 경영권 분쟁 이슈일 테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와 현 SM 경영진과의 갈등은 얼라인파트너스 자산운용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분쟁이 본격화되면서 양측 사이에서는 ‘언론플레이’를 동반한 날 선 공방이 오가고 있다.

특히 이 프로듀서 측 인사인 SM 사내 변호사의 대 임직원 공개서한이 눈에 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적대적 M&A를 하려는 측은 카카오고, 이 프로듀서는 이미 선한 의도를 가지고 지배구조 개선과 불공정 계약 해지를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덧붙여 얼라인파트너스는 결국 자신들의 이익 실현을 최대화하는 데 급급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물론 행동주의 펀드가 ‘이익집단’에 불과하다는 비판은 오랫동안 있었다. 그렇다면 반문하고 싶다. 결국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인데,이번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가 ‘주주 친화’라는 명분을 벗어난 적이 있었는지 말이다. 당초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가 없었다면 SM과 라이크 기획 간 불공정 거래가 표면 위로 드러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다른 상장사들도 마찬가지다. 행동주의 펀드의 적극적 반발이 없었다면 알아서 충분한 개선과 주주환원 정책 확대가 있었을지. 그렇다고 한다면 오랜 병폐에 쌓이고 쌓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터져 끝내 행동주의 펀드가 등장해 발언력을 행사할 때까지 뭘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훗날에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병폐가 심각해져 오히려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는 날이 올지 모르겠지만, 이미 잘못된 제도와 관습이 쌓인 국내 증시의 현주소를 볼 때 지금은 행동주의 펀드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su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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