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에너지경제신문 '제8회 탄소시장과 무역경쟁력 세미나' 진행
박호정 고려대 교수 "온실가스 감축만을 위한 제도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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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가 16일 진행한 ‘제8회 탄소시장과 무역경쟁력 세미나-EU, 글로벌 신통상 현안과 우리 기업의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신통상 시대에서의 한국 배출권거래 제도개선 방향’에 대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이승주 기자] "망치를 든 사람에는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 온실가스 감축만을 위한 제도가 아닌, 원칙에 근거한 제도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16일 서울 서대문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에너지경제신문 주최, 한국무역협회, 산업통상자원부 후원으로 열린 ‘제8회 탄소시장과 무역경쟁력 세미나’에서 ‘신통상 시대에서의 한국 배출권거래 제도개선 방향’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 △물류 대란 △에너지 크런치 △기후 변화 △우크라이나 전쟁 △식량 위기 등으로 퍼펙트 스톰(심각한 세계 경제 위기)에 진입하고 있다.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정책이 재편되고, 자원은 무기화됐으며, 글로벌 저탄소 무역장벽이 세워지고 있다.
박 교수는 배출권거래제(기업들끼리 오염물질 배출 권한을 사고 파는 제도) 역시 온실가스 감축수단에서 신통상 규제 수단으로 변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절체절명의 산업 경쟁과 위기 상황에 우리가 어떻게 저탄소 비교 우위를 확보해서 장기적인 탄소 중립과 국가 성장을 도모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온실가스 감축은 저탄소 비교 우위를 기준으로 한 통상으로 가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촘촘한 정부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한국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K-ETS)가 도전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내다봤다. 박 교수는 "현재 양방향 입찰제도·중앙경매시장·PPA(전력수요 기업과 재생에너지 사업자 간 전력구매계약)·CfD 등 전력시장 제도 개편이 배출권 거래제와 모두 링크가 돼야 된다"며 "저탄소 환경 목적으로 배출권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환경부와 산업부, 전력 거래소 등 여러 기관의 분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며 "온실가스의 감축 규제를 만드는 쪽에서는 이외 상황은 안보이기에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배출권거래제가 하루 아침에 정착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도입에는 재산권, 경제시스템, 시장제도 확립이 우선됐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해외에서는 이미 재산권을 어떻게 자본화할 수 있는가 라는 내용들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서양과 DNA가 다른 우리나라의 배출권 도입에는 여러가지 한계점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 교수는 원칙에 근거한 배출권거래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합리적 예측가능성 △비용효과적 감축유인 제공 △산업경쟁력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시장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예측이 돼야 된다"며 "전기 소매 요금만 보더라도 유럽과 미국은 실시간으로 반영이 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비용효과적 감축 유인 제공도 사실 원론적인 것"이라며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 기술 투자의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합리적 예측가능한 배출권 이월 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배출권 이월은 선물의 역할을 수행하며 온실가스 감축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이월 제도는 사실 굉장히 재미있는 제도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그 동안 정부 규제가 너무 많았다"며 "좀 더 시장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준비하고 있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유사할당(기업들이 온실가스배출권을 정부로부터 유료로 사들이는 것) 정책 역시 초점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2030 NDC를 수치화해서 최고 레벨의 기본법(시행령)에 못을 박은 국가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며 "감축만을 위한 법이 아닌 역내 산업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배출권거레제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금융이 시장에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영국증권거래소(LSE)는 탄소크레딧을 론칭해 정보 비대칭성 해소와 시장거래 투명성을 제고하고 있고, 자국 자발적 탄소시장(VCM) 역시 개편하고있다는 것
박 교수는 "‘챗지피티(ChatGPT)’를 통해 what is the role of bangking of Co2 Allowance?(탄소 배출권에 대한 금융의 역할이 무엇인가?)라고 물어봤는데, 인공지능(AI)은 ‘환경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고하는 것이 뱅킹(금융)의 역할’이라고 답변했다"며 "현재 환경부는 가격을 안정화 하는데만 금융을 이용하는데, 환경 투자 측면에서도 금융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