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동성부부 사실혼 인정하나…2심서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 자격 얻었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2.2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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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낸 김용민씨와 소성욱씨.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동성 부부라도 배우자를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할 자격이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혼인은 남녀 간의 결합’이라며 이들의 사실혼 관계 역시 인정하지 않은 1심 판단을 2심이 뒤집은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1-3부(이승한 심준보 김종호 부장판사)는 21일 소성욱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법정에서 판결 이유를 따로 설명하진 않았다.

앞서 소씨는 지난 2019년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인 김용민씨와 결혼식을 올려 이듬해 2월 김씨 피부양자로 등록됐다. 하지만 그해 10월 ‘피부양자 인정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단에서 보험료를 내라는 처분을 받았다.

이에 소씨는 "실질적 혼인 관계인데도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부인하는 것은 피부양자 제도의 목적에 어긋난다"며 2021년 2월 행정소송을 냈다.

소씨는 건보공단이 혼인신고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 배우자에도 직장 가입자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데 배우자가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부당한 차별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작년 1월 1심 재판부는 "현행법 체계상 동성인 두 사람 관계를 사실혼 관계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그러면서 "민법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례, 우리 사회의 일반적 인식을 모두 모아보더라도 혼인은 여전히 남녀의 결합을 근본 요소로 한다고 판단되고, 이를 동성 간 결합까지 확장해 해석할 근거가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날 2심 선고에 소씨를 대리한 박한희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오늘 판결은 동성 부부의 법적 지위를 법원이 인정한 최초 사례"라며 환영했다. 김씨 역시 "오늘 사법체계 안에서 우리의 지위를 인정받게 됐다"며 "동성 부부의 평등한 사회를 바라는 모든 사람의 승리"라고 말했다.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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