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대금리차 기반 과도한 수익"
스몰라이센스·챌린저 뱅크 검토
성과급은 주주 감시 등 제도 개편 추진
"과점 체제 해소 효과는 의문"
![]() |
▲서울 시내에 설치된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의 독과점 체제를 깨기 위해 은행산업 구조 전반을 손질하기로 했다. 은행업 과점 체제가 이자 장사로 이어졌고 은행들이 과도한 수익 올리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인식에서다.
금융당국은 은행업 진입 장벽을 낮춰 경쟁을 촉진하고, 성과급 등 보수체계 전반도 개선할 방침이다.
◇ 은행 ‘과점’ 또 지적…"이자 수익 치중"
22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는 은행권의 과점 문제가 또 다시 지적됐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은행업은 정부 인가에 의해 제한적으로 설립·운영되는 과점적 구조"라며 "고객에게 충분한 선택권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이자 수익에만 치중하고 예대금리차를 기반으로 과도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국민들 대출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데 은행권은 막대한 이자수익으로 역대 최고 성과를 거두고 고액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성과급은 모두 1조3823억원으로, 전년(1조19억원) 대비 약 35% 증가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은행의 ‘돈 잔치’를 지적하고 과점 체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돈 잔치 논란과 관련 "은행 고객들은 분명히 어려워졌는데 고객에게 돈을 빌려준 은행은 돈을 벌었다"며 "다음 질문은 그럼 어떻게 해서 돈을 벌었냐는 것인데 어떤 혁신적인 노력을 했고 서비스를 했는지를 물으면 거기에 대한 마땅한 답이 없다"고 했다. 은행권의 경영 촉진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향은 정해놓지 않았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 챌린저 뱅크로 경쟁 유도…클로백 등 성과급 제도 손질
![]() |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TF 회의’에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 부위원장은 이날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비교 추천 등을 통한 기존 은행권내 경쟁, 은행권과 비은행권간 경쟁 뿐만 아니라 스몰라이센스, 챌린저 뱅크 등 최근 제기되고 있는 은행권 진입정책도 점검하고 핀테크의 금융업 진출 확대 등 금융과 정보기술(IT) 간 영업장벽을 허물어 실질적인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을 비롯한 다양한 경쟁촉진 방안을 고민해 나가겠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과점 체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은행업 진출의 문턱을 낮춰 다양한 사업자들이 시장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스몰라이센스, 챌린저 뱅크 등이 그 예다.
스몰라이센스는 은행업 인가 단위를 세분화하는 것으로 소상공인 등 특정 분야에 강점이 있는 은행들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챌린저 뱅크는 IT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소규모 특화은행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영국에서 주요 금융그룹을 중심으로 과점 체제가 심화하자 대안으로 도입됐다.
새로운 사업자의 등장은 은행산업의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늘릴 수 있다고 금융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질적 구조개선과 예대금리차 공시제도 개편 등 금리체계 개선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은행권의 돈 잔치 비판이 커지는 만큼 보수체계도 개편한다. 금융당국은 ‘세이 온 페이’(say on pay) 도입 여부, ‘클로백’(claw back) 강화 등을 살필 계획이다.
세이 온 페이는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 시행 중인 제도로 상장사가 최소 3년에 한 번 경영진 급여에 관해 주주총회 심의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클로백은 임직원 성과급을 깎거나 환수하는 제도다. 임직원이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때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거나 돌려 받는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배당·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정책도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
금융권에서는 은행권 개편 작업의 취지는 이해하면서도 과점 체제 완화가 가능할 지에는 의문을 가진다. 이미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출범했으나 과점 체제는 무너지지 않았고 인터넷은행이 제 기능을 하는지도 알 수 없다는 진단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과점 체제를 해소해야 하는 상황은 맞지만 기존 은행들 규모의 새로운 사업자가 나타나야 경쟁이 가능할 텐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