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성 정치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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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난방비 폭탄 논란이 뜨겁다. 여야는 원인이 서로에게 있다며 비난하는 동시에 재정투입 방안을 쏟아냈다. 정부도 시장원칙이 작동하는 에너지 시장 대신 당분간 요금을 동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요금 정상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이는 없다. 재정 투입은 본인들이 세비를 깎아서 내는 것도 아닌데 ‘ㅇㅇ당이 챙기겠습니다’라는 낯뜨거운 생색내기 현수막이 거리 곳곳에 걸려있다. 이쯤 되면 모두가 범인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전력공사도 일부러 정쟁의 뒤에 숨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요금 원가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느니 여야가 서로의 탓을 하면서 정쟁화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한전은 전기요금 산정기준에 따라 총괄원가를 산정하고, 요금조정이 필요한 경우 전기요금 개정안을 이사회에서 의결한 뒤 산업통상자원부에 인가를 신청한다. 이후 산업부 장관은 전기요금 및 소비자보호 전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기획재정부장관과 전기요금 조정 방안을 협의한다. 이후 전기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 결정한 요금조정인가 결과를 한전에 통보한다. 한전은 산업부로부터 인가받은 전기요금 내역을 공고하고 시행한다.
한전의 전기요금 산정방식은 전기공급에 소요된 총괄원가를 보상하는 수준에서 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한전 홈페이지를 보면 총괄원가는 ‘성실하고 능률적인 경영 하에서 전력의 공급에 소요되는 적정원가에 적정투자보수를 가산한 금액’이라고 명시돼 있다. 문제는 한전이나 정부, 국회 모두 이 내역을 국민에게 공개하면서 에너지 위기 상황의 심각성, 전기요금의 현황, 인상 필요성 등을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전은 아직 2022년 전기요금 원가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과거 자료에도 원가 정보 수치와 산정 방식에 대한 설명만 나와 있을 뿐 왜 그런 수치가 나왔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여야는 서로를, 한전은 국제연료비 상승을 탓하고, 정부는 물가안정을 명분으로 내세우기 바쁘다.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5년마다 바뀌는 정부가 최대 주주인데다 사장의 임기도 3년에 불과한 공기업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이제 봄이 다가오니 그저 정쟁으로 상대를 공격하다가 이 상황이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탈석탄,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 속에서 폭염이나 한파가 오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의존도는 언제든 치솟을 수 있다. 한전과 발전공기업 사장단 임기와 총선이 1년 남짓 남았다. 다음 겨울에는 달라져 있길 기대해도 될까.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