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3개월 정용기 사장 표 혁신 시동…한난 고강도 조직개편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2.23 17:03

탄소중립본부 ·운영본부 폐지 업무 이관



기존 7본부 19처서 5본부 14처로 슬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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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기(가운데)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이 지난 6일 서울의 한 난방 취약계층 아파트 기계실을 방문해 점검하고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정용기 한국지역난방공사 신임 사장이 취임 3개월 만에 경영 구상의 일단을 드러냈다.

정 사장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실시한 것이다. 취임 후 공개적으로 내놓은 사실상 첫 번째 경영구상이다.

정 사장은 정치인 출신으로 지난해 11월 29일 취임식 없이 조용히 직무를 시작해 눈길을 끌었다.

이를 놓고 정용기 사장 표 혁신에 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장 임명 전후 집단에너지 및 공기업 경영과 관련 그의 전문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그러나 정 사장이 이번에 큰 폭의 조직개편을 하자 지역난방공사 안팎에선 행정능력·정책역량·정무감각을 겸비한 그의 만만찮은 경영 내공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정 사장은 국회의원과 대전 대덕구청장을 각각 재선한 정치인이자 행정가다. 특히 국회의원 시절 당 정책위의장과 원내부대표를 지내 정책과 정무에 능통한 몇 안되는 인사로 꼽힌다.

23일 지역난방공사에 따르면 정 사장은 최근 슬림화와 효율화에 초점을 맞춘 조직개편 및 인사를 단행했다.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하는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은 본부조직을 대폭 축소한 것이다. 기존 본부 7개를 5개로 2개, 처(실·원) 17개를 15개로 5개 각각 줄였다. 다만 19개 지사(사업소) 체제는 현행대로 유지했다.

사라지는 2본부는 탄소중립본부·운영본부이고 5처는 비상경영실·미래개발원·사회가치혁신실·전력사업처·해외사업처다.

탄소중립본부는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는 조직이고, 운영본부는 지방에 있는 지사들을 총괄해 운영하는 곳이다. 처 중에서 사회가치혁신실은 사장 직속 조직으로 사회공헌, ESG경영(환경·사회·지배구조 중시), 일자리창출, 홍보 등을 담당해왔다. 해외사업처는 몽골 지역난방 개선, 영국 집단에너지, 쿠웨이트·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스마트시티 지역냉방 공급, 우즈베키스탄 기후변화 대응 등 사업을 맡아왔다. 이들 조직은 이번 조직개편으로 폐지되고 관련 업무는 기획본부와 사업본부에 분산 이관된다.

특히 탄소중립본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 목표에 따라 마련됐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공사 자체의 탄소중립이 별도 본부조직으로까지 편제된 것에 대해서는 그간 다소 비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해외사업처의 경우도 공사의 해외 사업 내용 및 실적에 비춰봤을 때 그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됐고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구조조정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없애는 게 불가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의 이번 조직개편은 ‘난방비 폭탄’ 논란 속에서 정부의 공공기관 긴축 기조에 부응해 소비자와 고통분담을 하는 동시에 방만한 조직을 슬림화해 에너지 위기 등 급변하는 대외환경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됐다.

지역난방공사는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공공기관 혁신계획 최종안’의 기능조정 및 조직·인력 효율화 대상에 포함됐다.

혁신의 발을 내딛은 지역난방공사 경영에서 정 사장에 놓여진 과제와 맞이할 도전은 무엇보다도 재무적 경영성과를 나타내는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대체적인 견해다.

지역난방공사는 지난 15일 발표한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잠정 영업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무려 403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의 규모가 전년보다 45.4%나 늘었다. 공사의 분기별 실적을 보면 지난 2021년 2분기부터 무려 7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나타낸 것이다.

공사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매출이 4조 1730억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58.2% 증가한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공사 안팎에 충격을 줬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기업의 경영은 사실 조직, 인력, 예산, 사업 등 어느 것 하나 정부의 간섭 없이 스스로 결정하기 어렵다"며 "난방비 폭등으로 정부가 지금처럼 요금을 눌러 현실화할 수 없는 상황에선 경영의 신이 와도 실적 반전을 이뤄내는 게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다만 정 사장은 현 국민의힘 전신인 민주자유당 사무처 공채 1기 출신 당료로 정치를 시작해 행정 관리 및 정책 수립 경험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시절 집권당과 윤석열 정부의 주요 인사들과 네트워크를 폭 넓고 탄탄하게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가 앞으로 이런 네트워크를 활용, 공사의 어려운 점을 직접 설명하고 필요한 정책을 호소하면서 경영관리의 성과를 나타내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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