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동결 결정 중요한 요인은 물가 경로"
"물가 경로 변동 시 금리 조정할 수도"
전문가들 "대외 요인 따라 추가 인상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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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한은)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자동차 운전을 하는데 안개가 가득해요. 그래서 어느 방향으로 갈 지 몰라요. 그럼 차를 세우고 안개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린 다음 또 갈지 말지 결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을 말하며 이같은 비유를 들었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이 인상 종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쉬어가는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물가 경로’가 기준금리 동결 배경이라며 경기 침체 우려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을 종료한다는 시장 분석을 경계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한은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전문가들은 "연내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 "물가 중점…추가 인상도 물가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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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이창용 총재는 이날 한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후 "물가 경로를 파악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시장에서 경기 침체 우려로 금리 동결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사실과 맞지도 않고 한은의 의도와도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0.4%)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역성장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6%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이같은 상황에도 이 총재는 "이번 동결 결정의 중요한 요인은 물가 경로"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은이 생각하는 것은 경기·금융시장 안정도 고려하지만, 저희가 생각해 왔던 물가 경로 상황에 가고 있기 때문에 그 효과를 먼저 지켜보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다만 거기에는 미국의 통화 정책, 중국 경제 등 굉장히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며 "그 불확실성이 어떻게 실현되는 지에 따라 물가 경로에 변동이 있을 경우 금리 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물가 성장률은 지난 1월 5.2%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높아졌고, 2월에도 5%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다 3월에는 4%대로 떨어진 후 연말에는 3%대 초반 수준까지 하락할 것이란 게 한은의 예상이다.
한은은 이날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3.6%에서 3.5%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유가가 지난해 11월 예상보다 낮아졌다"며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의 경우 작년 수준 정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선반영했는데, 공공요금이 어떻게 변화할 지에 대해서는 정부 정책이 발표되면 예상치를 변경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로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최대 1.25%포인트 벌어진 상태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된 만큼 한미간 금리 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 전문가들 "연내 동결 예상…추가 인상 배제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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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이후 한미 기준금리 추이. 자료=한국은행 |
채권 시장 전문가들은 한은 금통위 후 연내 기준금리가 3.5%로 동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날 5명의 금통위원들이 최종 금리 수준을 3.75%로 예상했지만,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자는 의견에 그쳤다는 분석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는 반도체 부진, 부동산 위축 등에 따른 경기둔화는 인정하되 물가 하락 경로를 가세할 정도는 아니며 보조적 요인이라고 했다"며 "핵심은 한은이 예측한 물가 경로를 지킬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이미 1년 반 정도의 기간 동안 금리를 3%포인트 높였고, 통화긴축 영역에 진입한 상황에서 추가 긴축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한·미 금리 역전 폭이 확대되면서 원화 변동성이 확대되면 금리를 추가 인상 할 수 있지만, 금통위 후 원화 변동성은 지난해 4분기 보다 낮았다"며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했다.
단 대외 요인에 따른 변동 가능성은 커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 총재는 물가 경로가 기존 전망치 대로 움직이면 인상 가능성을 없을 것이란 점을 암시했으나, 불확실성이 있어 물가 경로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 불확실성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방향, 중국 리오프닝 영향 등이 포함되는 만큼 대외 요인 변화를 중요하게 봐야한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최종금리 전망은 5.1%에서 5.5%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
권기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부터 나타날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물가 상승률의 상방리스크는 제한적이다"라며 "이는 대외적 요인이 안정화된다는 가정이 필요하다. 미 연준의 긴축 부담 완화, 중국의 리오프닝 수요 기대감이 축소된다면 금리 추가 인상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미국 연방금리가 3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현실화하고 6월까지 5.5%로 높아진다면 국내 기준금리가 3.75%로 인상되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