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스크랩 둘러싼 '총성없는 전쟁' 시작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2.23 16:23

철강업계 '저탄소 철강 생산체제 전환' 필연적
전기로 필수 원료 '철 스크랩' 경쟁 과열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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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스크랩을 둘러싼 철강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사진은 동국제강 전기로.

[에너지경제신문 이승주 기자] 철 스크랩을 둘러싼 철강업계의 ‘총성 없는 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철강산업에 대한 환경규제가 갈수록 강화되면서 ‘저탄소 철강 생산체제 전환’이 필연이 된 탓이다. 철 스크랩은 전기로의 주원료로 쓰이는 만큼, 향후 글로벌 수요 또한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전기로 기반 철강사들이 철 스크랩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철 스크랩이 철강산업의 ‘환경 규제’로 그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최근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하며 철강을 적용 업종으로 지정했다. CBAM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탄소배출권거래제(ETS)에 연동해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이다.

철강사들로서는 관세를 피하기 위해선 제품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셈이다. 현재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전기로를 통한 저탄소 철강 생산체제 구축이 꼽힌다. 전기로는 전극봉에 전류를 흘려보내 열을 발생시키고 쇠를 녹이는 제강 시설이다.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아 탄소배출량이 고로 대비 75% 가량 적다.

이에 세계 주요국들은 철 스크랩 확보하고자 이를 자원산업으로 육성·보호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철 스크랩 수출 규모를 축소했고, EU와 호주는 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철 스크랩에 각각 40%와 t당 70유로에 달하는 수출 관세를 부과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주요국보다 경쟁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다. 철 스크랩을 폐기물로 취급하고 있다 보니 자원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부족한 탓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철강사 1위인 포스코가 선제적으로 나선 상태다. 포스코는 지난 20일 정기 이사회를 통해 광양제철소에 250만t 규모의 전기로를 신설하는 안건의 의결했다. 해당 전기로는 2024년 1월 착공돼 2026년 가동을 시작한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에도 2027년까지 전기로 1기를 추가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철강사들도 하나둘 전기로 방식 도입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전기로 기반 철강사들은 철 스크랩의 자원화와 전기로 확대에 자칫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철 스크랩 수급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대형 철강사들이 철 스크랩 시장에 진입하고 이를 나눠가진다면 ‘원료비 상승-제품가격 상승-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 산업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오로지 탄소중립만을 위한 제도가 생겨나면서, 철강업계 간 공생은 신경쓰지 않는 그림"이라고 말했다.




lsj@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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