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국복지패널 조사…부모 부양 자녀 책임에 절반이 ‘반대’
저소득층 10명 중 7명 만성질환…우울-자살생각 2배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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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년 부부의 모습.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부모 부양 책임이 자녀에게 있다는 인식이 바뀌고 있다. 15년 전엔 절반 이상의 국민이 부모를 자식이 모셔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5명 중 1명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2년 한국복지패널 조사·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7월 총 7865가구를 대상으로 한 제17차 한국복지패널 조사에서 ‘부모 부양의 책임은 자식에게 있다’는 의견에 응답자의 3.12%가 ‘매우 동의한다’, 18.27%가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두 응답을 합쳐 21.39%만이 부모 부양의 자녀 책임에 대해 동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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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부양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 (단위:%) 자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2년 한국복지패널 조사·분석 보고서’ |
‘동의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9.47%였고, 41.86%가 ‘반대한다’, 7.28%가 ‘매우 반대한다’고 답했다. 반대 의견을 합치면 절반 가까이(49.14%)에 달한다.
찬반 비율은 저소득 가구원(동의 20.6%, 반대 50.74%)과 일반 가구원(동의 21.53%, 반대 48.87%)에서 비슷하게 나타났다.
15년 전 조사 결과와 큰 차이가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2006년부터 해마다 한국복지패널 조사를 하면서 3년 주기로 ‘복지 인식’에 대한 부가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부모 부양 책임에 대한 문항이 처음 들어간 2007년의 경우 ‘부모를 모실 책임이 자녀에게 있다’는 의견에 52.6%(매우 동의 12.7%, 동의 39.9%)가 동의했고, 반대 응답은 24.3%(매우 반대 1.7%, 반대 22.6%)로 그 절반에도 못 미쳤다.
3년 후 2010년 조사에선 동의 비율이 40.85%(매우 동의 7.14% 동의 33.71%)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반대 비율 36.08%(매우 반대 2.05%, 반대 34.03%)보단 높았다.
2013년 조사에선 동의가 35.45%, 반대가 36.03%로 역전됐고, 2016년엔 동의 33.2%, 반대 34.8%, 2019년엔 동의 23.34%, 반대 40.94%로 점점 격차가 벌어졌다.
보고서에는 저소득층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조사한 자료도 포함됐다.
저소득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만성질환을 앓는 경우가 2배가량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
저소득층은 우울감 같은 정신적인 문제에 노출될 우려도 커서 우울함을 느끼거나 자살생각을 경험한 비율이 비(非)저소득층보다 2~3배 높았다.
조사 결과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구원 기준)는 저소득층(중위소득 60% 미만)의 70.77%로 나타났다.
비(非)저소득층은 36.82%만 만성질환이 있었는데, 저소득층이 2배 가까이(92.2%) 높았다. 비저소득층의 29.59%는 6개월 이상 투병·투약을 했는데, 이런 비율은 저소득층에게서 2배 이상 많은 66.46%였다.
스스로가 건강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저소득층이 39.06%로, 비저소득층(79.01%)의 절반 수준으로 낮았다.
외래진료와 입원 횟수도 저소득층이 비저소득층의 2배 수준이었다. 2021년 1년간 외래진료 횟수는 저소득층이 21.01회, 비저소득층이 10.45회였으며, 평균 입원 횟수는 저소득층이 0.18회, 비저소득층이 0.09회였다.
저소득층은 정신적인 문제에도 더 취약했고 자살 우려도 더 컸다. 조사일 직전 1주일간의 우울 정도를 11개 문항(CESD-11)으로 조사한 결과 우울 정도는 저소득층이 60점 만점 중 9.99점으로, 비저소득층 4.63점의 2배 이상이었다.
저소득층의 6.63%가 생애 1번이라도 자살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답해 비저소득층 3.03%보다 높았다. 지난 한해 1번이라도 자살생각을 한 적 있다는 응답은 저소득층이 3.42%로 비저소득층 1.17%의 3배 수준이었다.
wonhee454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