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김병준, 전경련 노력에 찬물 끼얹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2.26 14:34

김아름 산업부 기자

김아름23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위상과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한국 재계의 맏형’이라는 타이틀을 되찾고자 쇄신에 고삐를 죄는 가운데 지난 23일 총회에서 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출된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이 "유착의 고리를 끊으러 왔다"고 선언한 것. 졸지에 전경련이 ‘정경유착’의 산실로 전락하는 것은 물론, 오늘날까지 유착이 이어지고 있다는 오해의 소지까지 낳게 됐다.

실제로 전경련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당시 K스포츠와 미르재단 후원금 모금으로 논란을 빚으면서 ‘정경유착’ 낙인과 함께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사건으로 삼성을 비롯해 LG와 현대차, SK 등 4대 그룹이 탈퇴했으며 600곳이 넘었던 회원사가 400여곳으로 감소하는 등 위상과 신뢰가 급속도로 추락했다. 이후 전경련은 최근까지 싱크탱크 중심의 조직 개혁 방안 등을 내놓는 등 신뢰 회복 및 과거 입지를 되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김 직무대행이 던진 말 한마디에 전경련 회원사들과 재계 및 기업들은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다. 이들은 사실 부합을 떠나 그의 발언으로 ‘전경련 회원사=정경유착 기업’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졌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한편에선 기업을 마치 정치권과 결탁하는 ‘암적 존재’로 낙인찍었다며 전경련 회장 대행이라는 사람의 입에서 나올 수 없는 ‘막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경련 회원사 한 관계자는 "전경련이 과거 잘못한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이를 반성하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김 직무대행이) 굳이 오해의 소지가 있게끔 단정적으로 얘기해야 했을까 생각한다"며 "특히 아무 죄가 없는데도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는 이유로) 정경유착 기업이라는 누명을 쓰게 됐다"면서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쯤되면 차라리 김 직무대행이 기자간담회 말미에 "전경련의 주인은 여전히 기업들이라 생각한다"는 말을 한 만큼, ‘유착의 고리를 끊겠다’ 보단 "내가 갖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에 관한 소신으로 기업들이 기틀을 단단히 할 수 있게끔 하겠다"고 각오를 던졌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 직무대행의 임무는 무겁다. 직무대행이라고는 하지만, 6개월간 전경련을 대표하는 자리다. 말 한마디 한마디도 결코 쉽게 나와선 안된다. 김 직무대행이 전경련의 신뢰 회복 기반을 닦기 위해 왔다면, ‘삼사일언(三思一言)’의 자세로 말의 무게를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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