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게 눈 감추듯 급매물 감춘 노도강 현장 가보니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2.27 13:32

분양보다 재건축 시세차익에 거는 기대감 증폭



무주택자들 현지 중개소에 특례보금자리론 활용 문의 쇄도



재건축 기대가치 상승…재초환·부동산 시장 개입 등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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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족의 성지이자 하락폭이 컸던 서울 노도강 지역에서 최근 급매물이 사라지고 호가가 올라가는 분위기다. 서울 도봉구 창동 아파트 전경. 사진=김준현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5000만원씩 다시 올라가는 집값에 이사를 가야 하나 망설이는 중입니다. 차라리 노원구 주택에 세를 주고 이사갈까하는 생각도 듭니다."(안양 평촌으로 발령받아 이사 가려는 노원 중계동 거주 A씨)

"분양 아파트 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떨어지자 매력을 못 느끼고 있습니다. ‘올(All)-수리’가 된 30년 넘은 재건축 아파트를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해 추후 시세차익을 더 기대해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특례보금자리론을 활용해 도봉구 창동 재건축 유망주 아파트를 구매한 B씨)

2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몇 달 전과 달리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에서 최근 급매물이 사라지고 호가가 올라가는 등 시장 대세 하락에 저항하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수도권에서 1000가구 이상 대단지 노후 아파트들이 ‘안전진단’ 규제 완화로 최근 잇따라 재건축 문턱을 넘으면서 전반적인 정비사업 빠른 진척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무주택자는 소득에 상관없이 9억원 이하 아파트를 5억원까지 대출하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지 않는 특례보금자리론을 기회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는 최근 아파트의 분양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하락하면서 시세차익 기대가 어려워지자, ‘새집’보다는 ‘헌집’을 사서 새집으로 변신시키는 것에 기대하는 현상이 커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난 24일 찾은 서울 도봉구 창동역 현지 공인중개업소는 가는 곳마다 "지금 현금을 싸들고 바로 계약하지 않으면 금세 매물이 사라진다"는 분위기였다.

창동 현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가격을 떨어뜨리지 않고 오히려 올리고 있다. 요새는 조금만 망설이면 매물이 금방 팔리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창동역(서울지하철 1·4호선) 인근에 있는 창동주공 19단지(창동리버타운) 26평은 지난해 12월 5억6000만원에 거래되더니 단 한 달 만에 6억7000만원(11층)으로 1억1000만원이나 급등한 가격에 거래됐다.

현지 공인중개업소에선 19단지가 최근 23평마저 7억원까지 호가를 올리고 있다고 할 정도다.

19단지 현장은 현재 ‘정밀안전진단 모금액 1억 돌파’ 현수막을 걸고 안전진단 통과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정밀안전진단 모금 개시를 축하하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19단지에서 서울지하철 1호선 녹천역으로 가는 방향에서 만나는 18단지와 17단지 사정도 마찬가지다. 18단지는 정밀안전진단 모금을 완료하고 표본세대 모집 중에 있다. 이 단지는 1월만 해도 25평(59㎡)이 5억9800만원(12층)에 거래됐는데 이제는 급매물이 사라지고, 18평(45㎡)이 5억5000만원에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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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상계동은 최근 6개 단지가 재건축 판정을 받으며 재건축 유망주 단지들 역시 함께 가격이 들썩이는 중이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전경. 사진=김준현 기자


노원구 상계동 분위기도 비슷하다. 앞서 노원역(서울지하철 4·7호선) 인근에 있는 재건축 판정을 받은 상계주공 1·2·6단지는 실거래가격이 바닥을 찍고 올라와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어 노원역보다 한 정거장 위 마들역 부근 정밀안전진단 통과를 기원하는 상계주공 11단지 역시 호가가 올라갔다. 직전 4억9500만원에 거래됐던 21평(49㎡)은 현재 6억원까지 호가를 올렸다. 거래 성사 여부를 떠나 급매가격을 회수하고 호가를 올리는 상황이 최근 이 일대 분위기다.

상계주공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구축단지는 대부분 평지에 있고 교통이 편해 접근성이 좋다"며 "재건축만 된다면 자산 가치가 더욱 상승할 수 있어 하락기에도 가격 방어가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이같은 현상은 결국 정책이 결정하는 부분이 크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숙제는 여전히 갖고 있으며, 가격이 조금 올랐다고 해서 반등했다고 단정하기엔 이르다"고 강조했다.

kjh123@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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