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아파트 이름, 얼마나 더 길어질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2.27 13:24

김기령 건설부동산부 기자

증명사진_김기령

건설사들은 아파트 이름을 얼마나 더 길게, 더 어렵게 지으려는 걸까.

‘압구정현대’, ‘공덕삼성’처럼 최대 5글자가 넘지 않았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 아파트 단지명은 10글자를 가뿐하게 넘긴다. ‘르엘신반포파크애비뉴’, ‘목동센트럴아이파크위브’,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등과 같이 한번 듣고는 머릿속에 각인되기 쉽지 않은 단지명이 대부분이다. 단박에 어느 동네인지 유추하기도 어렵다. 농담인 줄만 알았던 "시어머니가 찾아오지 못하게 하려고 아파트 이름을 일부러 길고 어렵게 짓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실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싶다.

집에서 강을 조망할 수도 없지만 ‘리버’, ‘강변’이 단지명에 들어있다. 지역의 중심을 뜻하는 ‘센트럴’이나 숲세권임을 강조하는 ‘파크’ 등이 포함된 단지명은 더 흔하다. ‘센트럴’, ‘파크’, ‘리버’ 등 펫네임을 붙인 단지의 청약 성적이 더 높았다는 통계도 있으니 건설사 입장에서는 이것저것 단어를 조합해서 단지명을 길게 지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숲세권임을 두 번씩 강조하기도 한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인 ‘올림픽파크 포레온’에서 ‘포레온(ForeOn)’은 숲을 뜻하는 포레(fore)와 따뜻함을 뜻하는 온(溫·On)의 합성어다. ‘올림픽공원과 푸른 자연 위에 자리한 따뜻하고 평온한 곳’이라는 의미란다. 왜 굳이 영어와 한자를 합한 건지 의문이지만 이런 게 요즘 유행인 걸 감안하면 그러려니 하게 된다. ‘래미안 목동 아델리체’처럼 스페인어(아델리오), 독일어(아델), 영어(체리쉬)를 합한 3개 국어 이름의 단지도 있으니 말이다.

집값을 높이기 위해 주민들이 나서서 단지명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경기 의왕시 ‘포일자이’는 인덕원역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정차한다는 발표에 지난 2021년 주민동의를 거쳐 아파트명을 ‘인덕원센트럴자이’로 바꿨다. 인덕원을 넣어 지하철 개통 호재 단지임을 강조함과 동시에 요즘 아파트명에 없으면 허전한 단어인 ‘센트럴’까지 추가했다. 정말 전형적인 ‘요즘 아파트’스러운 명칭이다.

아파트 이름이 길어지고 어려워지니 피로도를 느끼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일까. 다시 예전처럼 ‘지역명+브랜드명’으로 간결하게 짓기도 한다. 서울 동작구 흑석3구역 재개발 단지인 ‘흑석자이’는 당초 ‘흑석리버파크자이’에서 리버파크를 빼고 간결하게 변경했고 롯데건설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하이엔드 단지 이름을 ‘반포르엘’로 정하고 지난해 준공을 마쳤다. ‘Simple is the best(심플 이즈 더 베스트).’ 간단한 게 최고라는 이 말이 주택시장에도 적용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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