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작년 하반기 이후 신규 연체율 증가세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로 착시 현상 지속
아직 드러나지 않은 부실 존재…"모니터링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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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설치된 은행권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시중은행의 연체율 증가가 가시화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코로나19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가 지속적으로 연장되며 가려진 연체율이 한꺼번에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직 만기 연장 조치로 반영되지 않은 리스크가 숨겨져 있는 만큼 지금의 건전성 지표를 낙관해서는 안된다는 분석이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신규 연체율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신한은행 제외)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 1월 신규 연체율 평균은 0.09%로 1년 전(0.04%) 대비 2배 이상 높다.
4대 은행의 신규 연체율 평균은 지난해 1월 0.04%에서 6월(0.04%)까지 변동이 없다가 9월 0.05%, 12월 0.07%로 상승한 후 올해 1월 0.09%까지 높아졌다.
가계와 기업 모두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차주들의 부담이 커지며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들의 연체율 상승이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로 인한 숨겨진 연체율도 우려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 4월부터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를 실시했고 지난해 9월 또 다시 연장하면서 3년 가까이 유예 조치가 지속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 만기 연장은 최대 3년, 상환 유예는 최대 1년 추가 연장했다. 그러면서 ‘단순연장’이 아닌 ‘연착륙’에 중점을 두며 금융사들이 자율적으로 연착륙 지원에 나서는 만큼 건전성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금융권 시각은 다르다.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연착륙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더라도 금융당국이 공식적으로 연장 기간을 부여했기에 서둘러 대출을 갚기 보다는 최대한 유예시키려는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빠른 시간에 성실히 상환하는 차주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차주들도 많다"며 "경기가 좋지 않아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대한 대출 상환을 미루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권은 지난해 6월 말까지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에 총 362조4000억원을 지원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해당 조치를 이용 중인 차주는 57만명으로 약 141조원 규모다.
은행권에서는 지금 연체율 수준이 크게 높지 않은 만큼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꼼꼼한 모니터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반응을 내놓는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신규 연체율이 늘어난 부분도 있지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며 "지금은 금리 인상 여파가 큰 것으로 보고 있으며, 앞으로 부실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철저히 모니터링을 하며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로 연체율 착시 현상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은행들도 이를 인식하고 충당금을 적립해 왔으며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지만 지속적으로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가 이어지면서 대출을 갚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는 점은 우려된다"며 "지금은 건전성 지표가 좋다고 하더라도 만기에 도달했을 때는 한꺼번에 부실이 터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