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재건축 규제 완화가 미분양 심화시키지 않기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3.01 13:08

김다니엘 건설부동산부 기자

증명사진

 최근 대구를 방문했다. 도시 곳곳을 다니며 느낀 감정은 미분양 사태 심화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어디를 가더라도 건축 중인 아파트를 볼 수 있었으며 눈에 보이는 아파트 대부분은 신축이었다. 길거리에서는 ‘절찬 분양 중’이라는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었고 분양 홍보를 위해 완공된 아파트 위로 초대형 걸개를 내건 곳도 목격할 수 있었다. 이러한 광경을 두 눈으로 보니 대구 아파트 미분양이 얼마나 심각한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1월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7만5359가구로 전월(6만8148가구)에 비해 10.6% 증가한 규모이며 2012년 1월(7만6319가구) 이후 10년 2개월 만에 최대치였다.

지난해 1월(2만1727가구)에 비해 급증하면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미분양 아파트 중심에는 대구가 있었다. 대구 미분양 아파트는 1월에만 1만3565가구로 전체의 18% 이상을 차지했다. 문득 대구와 같은 현상이 10년 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정부가 재건축 규제 허들을 대폭 낮추자 서울에서는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재건축을 확정하는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

노원구에서는 이미 6개의 단지가 재건축 확정 판정을 받은 상황이며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들까지 더해진다면 총 2만855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재건축 된다.

송파구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역 내 5개 아파트에서 재건축이 확정됐으며 2차 정밀안전진단을 진행 중인 단지까지 총 1만2656가구에 달하는 아파트가 재건축에 들어가게 된다.

여기에 수도권에서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들, 특히 13개 단지에서 재건축 확정을 눈앞에 두고 있는 양천구 목동, ‘1기 신도시 특별법’으로 재건축 대상에 포함된 경기 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등을 고려하면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일각에서는 수도권은 공급물량 부족 지역이고 향후 인구 집중화 현상 또한 더욱 심각해질 것이기 때문에 공급과잉 문제는 별개이며 단지별 완공시기 또한 다르기 때문에 미분양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당장 이번 달 수도권에서만 1만781가구의 아파트가 신규분양되고 공급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분양에 대한 경계를 늦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정부가 꺼내든 재건축 규제 완화가 부디 역효과를 내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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