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러 제재에도…러시아산 원유 나르는 ‘그림자 선단’ 600척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3.02 13:36
원유

▲원유(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러시아산 원유를 수송하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의 규모가 수백 척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림자 선단은 국제사회의 주류 정유사·보험업계가 아닌 국제 제재 대상국인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을 대상으로 주로 거래하는 유조선들을 일컫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CNN은 1일(현지시간) 원유수송업 종사자들을 인용해 러시아의 원유 수출을 맡는 그림자 선단 규모를 대형 유조선 수의 약 10%인 600척으로 추정했다.

그림자 선단은 대부분 사실상 고물에 가까운 연식이 오래된 선박들이라고 CNN은 전했다. 보험은 주로 서방 국가가 제공하기 때문에 이용하기가 어려워, 값싼 중고 유조선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위험부담을 최소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림자 선단의 선박들은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응답기를 끄는 방식으로 활동을 은폐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런 선단은 최근 국제 제재로 러시아와 유럽의 원유 거래가 뚝 끊기고, 대신 러시아와 중국·인도의 거래가 급증하면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의 러시아 원유 수입 규모는 2022년 하루 평균 190만 배럴을 기록해 전년 대비 19% 급증했다. 인도는 같은 기간 수입 규모가 800% 증가해 하루 평균 90만 배럴로 집계됐다.

원자재 정보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올해 1월 유럽연합(EU)이 해상 운송 러시아 원유 수입을 중단하면서 중국과 인도의 수입 규모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처럼 급증하는 원거리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적합한 유조선이 추가로 필요한데, 러시아 국적선으로는 운송 수요를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요 7개국(G7)의 원유 가격상한제 도입으로 인한 기업들의 법적 리스크와 평판 악화 부담이 커지고, 러시아도 서방 선박 사용을 꺼리면서 그림자 선단의 존재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CNN은 설명했다.

선단의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국제 선박중개업체 EA 깁슨에 따르면 러시아는 운송 거리 확대로 최대 운송 용량을 기존보다 4배가량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한 원유거래업체 고위임원은 이러한 수요 증가로 인해 한 달에 25∼35척의 선박이 그림자 선단에 팔려나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거기다 중국이 경제 회복에 더욱 많은 자원을 투입하기 시작할 경우 앞으로 몇 개월간 그림자 선단에 대한 수요가 더욱 치솟을 수도 있다.

그림자 선단에 소속된 선박의 실소유주 정보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다. 일부는 두바이 또는 홍콩의 페이퍼컴퍼니가 연루된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 정부가 연계돼 있을 거라는 추정도 있다.

정체가 불분명한 그림자 선단의 활동이 늘어나면 러시아는 국제 제재와 가격상한제를 회피할 수 있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러시아의 실제 원유 수출 규모도 파악하기가 어려워진다.

러시아 원유 수송에 동원되는 선박이 늘어날수록 전체 선박 적재능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져 운송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EU는 지난 주말 러시아 국영선사 소브콤플로트(Sovcomflot)의 자회사 선십매니지먼트(Sun Ship Management)가 러시아 원유 해상 운송에 관여하는 주요 업체 가운데 하나라며 제재를 가했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