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불황에도 RE100 이행 ‘활발’?…녹색프리미엄 낙찰물량 1.5배 늘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3.05 11:09

올해 상반기 낙찰물량 7076GWh로 지난해 상반기 4670GWh 대비 1.5배



평균낙찰가격 1kWh당 10.5원…총 742억원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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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발전소. 픽사베이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국내 기업들이 전반적인 경기 불황에도 RE100(기업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이행에 적극 나섰다.

RE100 이행 방안 중 하나인 녹색프리미엄의 올해 상반기 입찰 결과 낙찰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배 늘었다.

녹색프리미엄은 기업이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일반 전기를 살 때 전기요금에 웃돈을 주고 사는 대신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인정받는 RE100 이행방식 중 하나이다.

녹색프리미엄 경쟁입찰은 매년 두 번 열린다. 상반기인 2월 중 한차례 입찰자를 모집하고 남은 입찰물량을 하반기인 7월 중에 푼다.


□ 녹색프리미엄의 연도별 입찰 및 낙찰 결과(2021∼2023년) (단위: GWh, 원/kWh)

기간입찰 물량(GWh)낙찰물량(GWh)낙찰평균가격(원/kWh)
2021년상반기17,8271,25214.6
하반기12,31920312.9
2022년상반기13,5614,67010.9
하반기13,5611,01410.7
2023년상반기41,4727,07610.5
자료= 한국전력공사


5일 한전에 따르면 지난달 실시한 올해 상반기 녹색프리미엄 입찰 결과 낙찰물량은 총 7076기가와트시(GWh)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4670GWh 대비 1.5배 늘어난 것이다. 올해 상반기 녹색프리미엄 낙찰 평균가격은 1킬로와트시(kWh)당 10.5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0.9원보다 0.4원 소폭 하락했다.

녹색프리미엄 제도는 지난 2021년부터 시작됐다. 첫 상반기 입찰에서 낙찰물량은 1252GWh, 평균낙찰가격은 1kWh당 14.6원이었다.

2년 전과 비교할 때 녹색프리미엄의 낙찰물량은 5.7배나 늘어난 반면 평균 낙찰가격은 1kWh당 4.1원(28.1%) 낮아졌다.

기업들은 녹색프리미엄으로 RE100 달성하기 위해 전기를 구매할 때 전기요금에서 추가로 요금을 더 낸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산업용 평균 전기요금은 kWh당 약 120원이다.

RE100을 이행하려는 기업은 녹색프리미엄으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면서 전기요금 120원에 약 8.8%(10.5원)를 더 낸 셈이다.

평균낙찰가격과 낙찰물량을 곱하면 한전은 올해 상반기 총 녹색프리미엄 수익으로 742억9800만원을 확보했다.

녹색프리미엄은 RE100 이행수단 중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된다. 거래되는 재생에너지 전력량이 가장 많다. 현재로선 녹색프리미엄의 거래 물량 또는 금액이 사실상 기업 RE100 이행의 척도로 평가받고 있다.

RE100 이행수단은 녹색프리미엄 외에 두 개가 더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사거나 전력구매계약(PPA)를 맺는 것이다.

REC는 본래 대규모 발전사들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이행수단으로 마련됐다.

한국에너지공단은 대규모 발전사 뿐만 아니라 일반기업들도 REC를 구매할 수 있도록 지난 2021년 RE100 전용 REC 시장을 별도로 만들었다. RE100 전용 REC 시장은 매달 둘째·넷째 주 금요일에 열린다.

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올해 지금까지 REC 시장에서 거래된 총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30.9GWh다. 상반기 녹색프리미엄 거래량의 3.2% 수준이다.

일반기업의 RE100 이행용 REC 구입이 이처럼 저조한 것은 REC 가격이 녹색프리미엄보다 무려 7배 가까이 비싼 1kWh당 약 75원에 거래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RPS 현물시장의 REC 가격 1kWh당 65원과 비슷하게 거래된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를 의무적으로 공급하는 대규모 발전사와 RE100을 자발적으로 이행하는 일반기업 간 재생에너지 공급 비용에 큰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RE100을 이행하려는 일반기업으로선 상대적으로 비용을 비싸게 지불해야 하는 REC 구입의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PPA를 통한 RE100 이행도 미미하다. 실제로 PPA 거래실적이 많지 않다. 한전과 업계에 따르면 PPA의 경우 2021년과 2022년 각각 도입된 제3자(한전 중개) 및 직접 PPA를 모두 포함해 지금까지 단 4건만 계약됐다. PPA도 이처럼 인기를 못 얻는 이유는 일반 기업 입장에서 대규모 물량 구입을 통한 구매력(Bying Power) 행사로 구입단가를 낮추기 쉽지 않은 데다 20년 장기 구입계약을 맺어야 하는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고 한전에 적지 않은 중개 수수료 및 망 사용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점 때문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녹색프리미엄으로 얻은 수익을 에너지공단에 전달한다. 에너지공단은 해당 수익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으로 사용한다.

다만 녹색프리미엄 관련 진정한 RE100 이행 수단으로 볼 수 있느냐를 놓고 논란이 제기됐다.

한전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전력이 아닌 일반 전력을 웃돈 주고 샀다고 해서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했다고 보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녹색프리미엄의 경우 웃돈 주고 사는 전력을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특정 짓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반면 기업이 REC를 사거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PPA를 맺게 되면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량 만큼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인정받는다.

REC와 PPA 구입의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또는 전력을 직접 사는 것으로 태양광과 풍력, 바이오에너지 등 어떤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입했는지 구별할 수 있다.

노용호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는)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녹색프리미엄에 대해 "전력시장 구조상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골라 사용할 수 없음에도 한전이 기업 및 공공기관에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를 발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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