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찾는 개인사업자 다시 늘었다...경기 악화에 커지는 부실 우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3.03 16:19

5대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5개월 만에 증가



"개인사업자, 경기 나빠지면 은행 의존도 커져"



연체율 증가 가시화…"모니터링 강화"

e대출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지난 달 5대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이 5개월 만에 다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대출도 3개월 만에 늘었다.

올해 은행들은 가계대출 축소에 따라 기업대출 중심의 대출 확대를 지속할 예정인데, 연체율 증가도 가시화하고 있어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3일 각 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313조5942억원으로 전월 대비 5292억원(0.2%) 늘었다. 5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지난해 10월 4602억원, 11월 573억원, 12월 6667억원, 지난 1월 1조188억원 각각 감소하다가 지난 달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대출 잔액(599조8678억원)도 전월 대비 1조7467억원(0.3%) 증가했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 8843억원, 지난 1월 884억원 줄었다가 석 달 만에 반등했다.

지난해 하반기 채권 시장 경색으로 대기업들이 은행을 찾으면서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 특히 개인사업자들이 후순위로 밀려났고, 대출 금리 인상으로 부담이 커진 개인사업자들의 대출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다 올해 들어 채권 시장에 온기가 돌면서 은행을 찾는 대기업 수요가 줄었고,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들이 다시 은행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기업 대출을 보면 지난 2월 잔액은 111조558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5727억원(1.4%) 증가했다. 전월에는 3조9658억원(3.8%) 늘어나면서 새해 대출 수요가 늘었는데, 2월 잔액 증가 폭은 이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경기 상황이 좋아지지 않으면 무엇보다 중소기업, 특히 개인사업자들이 받는 충격이 커지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해진다. 실제 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늘어나고 있다. 국민·하나·우리·농협은행 등 은행 4곳의 신규 연체율을 보면 기업의 신규 연체율 평균은 지난해 6월(0.04%)부터 상승해 지난 1월 0.1%까지 높아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전년 동기 대비 0.05%포인트,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1%포인트 더 확대됐다.

경기가 나빠지면 생계가 어려워지는 개인사업자들은 전적으로 은행에 의존하게 되기 때문에 경기 둔화 속 개인사업자의 대출 증가를 은행은 반가워만 하진 않는다는 것이 은행권 설명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높아진 금리 부담으로 개인사업자 대출이 줄었다가도 다시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경기가 나빠지면서 그만큼 자금 융통이 어려워져 은행에 의존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은행들의 리스크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4분기 0.4% 감소하면서 10분기 만에 역성장했는데, 올해 1분기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보통 경제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경기 침체로 본다.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6%로 낮춘 상태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금리가 높아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며 연체율이 늘어나고 있는데, 연체율 수치가 크게 우려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중소기업·소상공인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 종료까지 겹치면 한꺼번에 부실이 터질 수 있다고 본다"며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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