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에스엠 분쟁, 카카오 편 아닌 주주가치의 편"...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3.05 12:47

새로운 투자전략인 주주 행동주의

왜곡된 주가 높여 수익 추구



"얼라인 성공사례가 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 기대"

금융지주 상대로 거둔 승리, 다음 타겟은 SM엔터



"주주가치 제고만 된다면 한쪽 편 들 이유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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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 3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얼라인의 행동주의는 높은 수익을 추구하기 위한 투자전략입니다. 이를 통해 많은 성공사례가 만들어진다면, 향후 시장 전반에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믿음도 있습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 대표는 3일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행동주의가 시장에 보편화돼 얼라인이 해산하거나, 투자전략을 수정하기 되길 고대하고 있다"며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주주 행동주의는 이제 시작 단계"라고 평하기도 했다. 국내 자본시장에 주주 행동주의가 보편화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얼라인은 최근 국내 증권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모펀드다. 이창환 대표가 연초 각 금융지주사에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한 것이 화제가 됐으며, 실제로 금융지주사들의 주주환원 정책 확대가 실현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경영권 분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기도 했다.

얼라인은 지난 2021년 9월에 설립된 행동주의 펀드로, 현재 2700억원 규모의 순자산총액을 보유하고 있다. 1986년생인 이창환 대표는 서울대 재학 시절 가치투자 동아리 ‘스누밸류(SNU VALUE)’에서 활동했으며, 졸업 후 펀드매니저로서 골드만삭스, KKR 등을 거친 바 있다. 이때 LS그룹 사업부 인수·매각 등 여러 경험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 업계 일각에서는 얼라인의 적극적인 주주행동이 단기적인 수익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주주가치를 올리기 위한 전략을 투자자를 위한 대의명분으로 포장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펀드가 투자 수익률을 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단 수익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현재 가장 좋은 방안이 행동주의라고 판단한 것으로, 실제로 왜곡된 기업의 투자 가치를 높이는 ‘좋은 투자’라는 목표를 달성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나와 같은 펀드매니저 출신들은 누구나 사모펀드 운용을 꿈꾸는데, 이미 많은 펀드가 자리 잡은 시장에 새로운 펀드가 진입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웠다"며 "저와 같은 젊은 세대들은 새로운 투자 전략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게 되는데, 그간 시장에 없었던 주주 행동주의에 주목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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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사옥.


◇ "금융지주 주주환원 확대 이끌어...SM 주주가치가 올라간다면 누구든 지지"


얼라인이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연초 신한, KB 등 금융지주사들에 보낸 서한이다. 얼라인은 대형 금융지주사들의 지분을 약 1년여에 걸쳐 확보한 후, 주주들에 대한 적극적 배당 확대를 요구했다. 그 결과 실제로 JB를 제외한 대다수 금융지주가 주주환원 정책 확대를 발표했는데, 불과 27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가 수십조원대 ‘공룡’인 금융지주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는 평이 나온다.

이 대표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임원들은 주주 환원에 큰 신경을 쓰지만, 그동안 아무도 적극적인 의견을 전달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얼라인의 행동이 금융지주사들의 ‘반응’을 끌어낼 계기를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SM 경영권 분쟁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의견을 내놨다. SM 경영권 분쟁은 SM 지분 1.1%를 보유한 얼라인이 경영진 측에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촉발됐으며,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하이브와 현 SM 경영진-카카오-얼라인 간에 대결 구도로 번진 바 있다. 단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오른 후 현 SM 경영진과 카카오에 비해 얼라인은 한발 물러선 상태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얼라인이 요구한 지배구조 개선은 어디까지나 주주 가치를 위한 것"이라며 "아직 SM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이 있는 상황에서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받아들인 SM의 현 경영진을 지지한 것일 뿐, 카카오와 직접 연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만일 하이브 측이 SM의 주식을 100% 매수한다고 했으면 하이브를 지지했을 것"이라며 "이 경우 하이브는 높은 가격에 SM 주식을 매수할 테고, SM이 하이브의 완전 자회사가 되는 이상 주주환원을 외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SM 주식 공개매수에서 필요 물량 확보에 실패한 하이브는 지난 2일 주주 제안 홈페이지를 만들어 주주가치 제고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얼라인 입장에서는 하이브와 현 SM 경영진 중 누가 승리하더라도 주주가치가 올라가기만 한다면 목적을 달성하게 되는 셈이다.

이 대표는 "‘SM의 지배구조 투명화’는 주주 가치를 올리기 위한 수단일 뿐,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의 최종 목적이 될 순 없다"며 "아직 투자자들이 이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주 자본주의 문화가 시장에 정착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인터뷰 당일 오후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이 프로듀서가 제기한 SM의 카카오 대상 2171억원 규모 신주·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카카오의 지분 확보에 빨간 불이 켜진 상태다.


su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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