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 따듯’ 날씨에 더 일찍 깬 두꺼비들, 번식 나선 328마리 길에서 급사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3.0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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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광양시 비평저수지에 설치된 ‘두꺼비 표지판’.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기후변화로 인해 산란 시기가 앞당겨진 두꺼비들이 도로에서 수백 마리씩 로드킬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8일 연합뉴스는 전남녹색연합이 2016∼2023년 조사해 작성한 ‘광양 비평저수지 두꺼비 산란이동 및 로드킬 현황’을 인용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두꺼비들은 2020년에는 1월 24일, 2021년에는 1월 22일 산란을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2∼3월 시작하는 산란 시기가 적어도 열흘 빨라진 것이다.

박수완 전남녹색연합 사무국장은 이에 "2020∼2021년 겨울이 (평년보다) 따뜻했다"며 "산란 시기가 빨라지면 올챙이 성장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개체 수가 감소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일부 도로에서는 두꺼비 개체 수 감소를 막기 위한 ‘두꺼비 표지판’도 설치했다.

전남 광양시 진상면 비촌리 비평저수지 북쪽 도로에는 "2∼3월 새끼 낳으러 이동", "5∼6월 새끼 두꺼비 이동" 등 문구가 담긴 표지판이 있다.

이 도로에서 찻길 사고로 목숨을 잃는 개체가 많자 2019년 설치한 것이다.

전남녹색연합에 따르면, 표지판을 만든 이후 최근 4년(2020∼2023년) 동안 비평저수지 주변 도로 800m 구간에서 로드킬을 당한 두꺼비는 1433마리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240마리, 2021년 569마리, 작년 296마리, 올해 328마리였다.

로드킬 사고가 건수 자체는 줄었지만 전체 두꺼비 중 로드킬 당한 비율은 2020년 30.4%에서 올해 37.8%로 높아졌다.

비평저수지로 이동하는 데 성공한 두꺼비는 2020년 550마리에서 이듬해 1832마리로 늘어난 뒤 작년 1291마리, 올해 540마리로 빠르게 감소했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2021년 5월 만든 ‘동물 찻길 사고 조사 및 관리 지침’에는 로드킬 조사 대상이 포유류와 조류로 정해져 있다.

다만 국립생태원은 광양과 대구, 울산, 청주, 순천 등 두꺼비 서식지가 있는 곳에서 로드킬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비평저수지에는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을 통해 조성된 터널형 생태통로도 한 곳 있다.

다만 생태통로를 만들었다고 해서 로드킬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박 국장은 "생태통로를 만들면서 유도 울타리 같은 추가 시설을 만들게 된다"며 "이런 시설이 작은 동물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을 조사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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